메밀국수와 꿩구이 @골목식당

심이누나가 여행전 제주도 출신 지인에게 가을에 제주여행을 간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꿩고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골목식당이라는 곳을 추천해 줬다고... 그래서, 직접 방문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꿩고기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어서 꼭 먹어 보고 싶기도 했다.

제주도에 와서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맛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문시장일대에 위치한 골목식당은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인테리어가 열악했다. 정말 제주도민이 아니면 찾기도 힘든 곳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위치를 찾았다 해도 관광객 마인드라면 분명 나와 같은 망설임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심이누나의 지인분은 탕을 추천했던 것 같은데, 점심에 들러서 그런지, 가능한 메뉴가 꿩구이와 메밀국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꿩구이 하나와 메밀국수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기로 하였다.

결론적으로, 꿩에 대한 나의 환상이 무참이 깨어지고 말았다. 뭔가 꿩고기가 엄청 고급재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인류가 가축으로써 꿩이 아닌 닭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닭고기와 비교하면 꿩고기는 살이 너무 뻑뻑해서 맛이 없었다. 닭가슴살보다 더 맛이 없었다. 그리고, 비린내가 심해서인지 마늘을 지나치게 많이 넣어, 꿩맛보단 마늘향이 입안을 지배한다. 게다가 여기저기 예측하기 힘든 곳에서 뼈가 등장하여 먹기도 수월치 않다.

메밀국수 마저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가 알던 모밀/메밀국수와 골목식당에서 제공되는 메밀국수는 현저히 다른 음식이었다. 물론, 재료가 같다고 음식이 같을 수는 없지만... 면은 일반적인 칼국수 굵기의 두배는 되어 보였는데, 길이는 또 매우 짧막하다. 국수라기보다는 수제비같다. 100% 메밀로 빚은 덩어리를 국수형태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러한 모양으로 나온다고... 식감은 왜이리 푸석하고 꺼끌꺼글한지... 그런데, 양은 또 엄청 많다. 친절하게도 하나를 세 그릇에 나눠 서빙해 주셨는데, 세 그릇을 주문한 것인 줄 알았다. 혼자 와서 이 메밀국수 한 그릇을 다 드시는 다른 손님을 보며 살짝 놀랐다.

현금만 받을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음에도 모르는 척 카드를 제시했더니 메밀국수 만드느라 바쁘다는 듯이 알아서 긁어 가라는 요청에 당황하여 시도해보고 안되어 머뭇거리자 결국 나와서 카드를 긁어 주는 주인아줌마의 거침없음이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다음부터 제주에 올 때 제주도민 보다는 서울시민의 추천을 따르기로 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