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론 X파일』, 『가격이론 실전검증』 김도윤

지난 12월물에서 우연히 "파생인의 쉽터" 카페에 가격이론을 근거로 시황을 종종 올려 주시던 "탄감자"님이 C247.5의 결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을 듣고 진가민가 하면서 들어갔던 포지션이 수익을 내면서 과연 가격이론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들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인터넷에서 파편화된 정보만으로는 부족하겠다 싶어서 관련 서적이 있나 알아보던 중에 김도윤씨가 쓴 『가격이론 X파일』, 『가격이론 실전검증』를 접하게 되었다.

『가격이론 실전검증』은 2012년에 출판된 것이고, 『가격이론 X파일』은 그 후에 옵션승수제 등으로 국내 KOSPI200 선물옵션 시장이 다소 변화된 이후에 이를 반영하여 출판된 책이다. 난 직접 구입하지는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는데, 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사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원칙도 있었지만, 그 원칙이 아니라도 책값이 다소 비싼 편이다. 특히나 2014년에 출간된 『가격이론 X파일』은 거의 2배가 뛴 5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자랑한다. 컬러판이고 좋은 종이를 쓰긴 했지만, 그래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뭐 선물 2틱이라고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 책도 안산 주제에 말이 많았다.

내가 먼저 보게 된 책은 구판인 『가격이론 실전검증』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신판인 『가격이론 X파일』이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대출중이라... ㅋㅋㅋ 그러나, 가격이론의 핵심인 마디가격뒤집기에 대한 설명은 구판이 좀 더 자세히 나와 있으며, 실제로 신판인 『가격이론 X파일』에도 마디가격뒤집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구판을 참조하라고 씌여 있다. 저자 입장에서는 두권 다 파는 것이 이익이니... 신판만 봐도 상관은 없지만, 구판만 보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저자 본인도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이론에 대한 미비한 점 등을 보완하여 신판을 출간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가격이론이 그리 쉬운 논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절대 이해 못해서 적용을 못하는 수준은 아니며, 나의 경우 이해를 위해서 열흘에 걸쳐 약 20시간 정도는 투자한 것같다. 그들만이 사용하는 목표가, 기준가, 마디가 등의 단어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아, 이런 용어들이 익숙해지기 전까진 참 곤혹스러운 이해과정이었다. 물론, 이런 단어들을 익힌 이후에는 그리 어렵지는 않다.

우선 김도윤씨가 가격이론에 정통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위 서적에 가감없이 기재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가격이론 지지자들 사이에서 김도윤씨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또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등에 대하여 내가 검증한 바는 없다.

가격이론의 전제는 선물가격이 옵션 행사가에 해당하는 라운드 넘버, 즉, 250.0, 252.5, 255.0 등으로 수렴하려는 성질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 주도 세력의 의도에 의한 것이든, 전반적인 시장참여자의 컨센서스에 의한 것이든 그러한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면 선물지수가 251.0 정도에 있다면 선물지수가 252.5 쪽으로 올라가려거나 250쪽으로 내려가려는 성향이 있다는 뜻이다. 난 이런 성향을 이용하여 장시작 후 몇 분안에 방향성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을 시도해 보고 있는 중인데, 며칠 동안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었으나, 조금 더 검증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가격이론의 핵심은 마디가격뒤집기라는 것인데, 가격이론에 의하면, 마디가격뒤집기가 일어난 후 반대방향으로 마디가격뒤집기가 발생할 때까지 추세가 형성된다. 즉, 마디가격뒤집기는 추세의 시작이고, 가격이론은 본질적으로 추세추종을 하는 전략이다. 난 책을 읽기 전에 가격이론이 역추세전략에 해당하는 줄 알았다.

다른 가격이론도 마찬가지지만 마디가격뒤집기도 옵션 가격에 의해서 판단하게 되는데,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는 교차가격뒤집기에 의한 마디가격뒤집기는 굳이 옵션가격을 보지 않고, 선물지수만 보더라도 마디다격뒤집기가 일어날 것이다라는 것을 어림잡아 판단할 수 있다. 현재 250 수준의 선물지수라면 갭을 제외하고 이틀안에 2%, 그러니까 약 5pts 정도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마디가격 뒤집기가 일어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방향성 베팅을 하게 된다.

마디가격뒤집기 등의 가격이론을 이해하여 섭렵하여 그대로 실행한다면 과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난 답변을 유보하고 싶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마디가격뒤집기는 추세추종 전략이고, 당연히 추세가 형성되었을 경우 확실히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국내 KOSPI 시장에서 점점 더 비추세적인 구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 주가지수 상품은 비추세구간이 더 많은데, 결국 KOSPI 지수가 이머징마켓 성향이었다가 선진국시장 성향으로 변해가는 중이라는 반증이다. 저자는 이 원인을 옵션승수제에서 찾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업계의 의견은 ELS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데이터를 통하여 검증을 해 보면, 마디가격뒤집기가 일어난 바로 다음날 반대방향으로 마디가격뒤집기가 일어나는 극단적인 예도 흔치 않게 발생하며, 그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수익을 얻기도 전 며칠만에 그렇게 되는 경우는 더욱 흔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옵션만기일이 가까워올 수록 한번 만들어진 마디가격뒤집기가 만기일 하루이틀전까지 가는 현상은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추세추종 전략 중에서 가격이론이 가장 훌륭한 것인가?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유보하고 싶다. 가격이론, 특히 마디가격뒤집기를 시그널로 한 추세추종전략은 다른 추체추종 전략보다 늦은 타이밍에 진입하고 보다 빠른 타이밍에 청산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선물지수가 아니라 옵션 자체의 매수포지션을 통하여 수익을 얻겠다는 관점에서 보면 옵션프리미엄이 고려되니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론으로 진입시점과 청산시점을 잡는 것은 유의미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포지션을 잡고 있다면, 특히 시스템트레이딩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의지한 포지션이라면 항상 포지션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마련이며, 특히나 성과가 안좋은 시기에는 그 의심이 깊어져 오랫동안 포지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진다. 이런 상태라면 뭔가 기준점이 필요한데, 이럴 때 가격이론에 의한 진입/청산을 한다면 시장이 예상대로 흘러 가고 있다는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다. 설사, 포지션을 손실로 마감한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아직 내 시스템트레이딩에 가격이론을 추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난 대체적으로 선물 데이터 일봉을 보고 시스템트레이딩 전략을 짜는 편인데, 가격이론을 시스템에 반영하려면 옵션 체결 데이터를 모두 저장을 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일이 좀 커지게 된다. 과거 선물데이터가 연결선물이라는 형식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옵션 데이터는 지나간 데이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스스로 저장을 해야 한다. 과연 가격이론이 그 정도의 노력을 들일 만큼 확실한 전략인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말 가격이론이 돈을 벌어다 주는 전략이라면 이렇게 버젓이 책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지도 않을 것이고, 만약 정말 돈을 벌어다 주는 전략이라면 이미 모든 시장 참여자가 가격이론으로 전략을 짜니 결국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인 김도윤씨가 시장참여자로서 수익이 많은지, 책판매나 방송 등으로 수익을 얻는 지는 모른다. 세상에 항상 통하는 전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도 이 점을 (특히 신판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