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페이백 이벤트

자주 들르곤 하는 홍차넷에 "다들 리디하세요"(http://redtea.kr/pb/pb.php?id=free&no=1868)라는 글이 올라왔다. 리디북스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50년동안 대여해준다는 것이다. 조건은 16만원어치 캐시를 충전하는 조건. 뭐 이 정도면 그냥 전집 할인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핵심은 충전한 금액 모두를 리디북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페이백 해준다는 것이었다. 도서정가제 이후로는 책을 사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을 흔들리게 만드는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를 알게 된 것은 몇 주 전인데, 리디북스의 123 이벤트와 카드 결제 기간 등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최적의 날짜를 선택한 것이 바로 1월 3일이다. 참고로 리디북스의 123 이벤트란, 매월 1일, 2일, 3일에는 캐시 충전시 보너스로 지급해주는 포인트를 두배로 주는 혜택을 말한다. 내가 리디북스 직원도 아닌데 이런 건 왜 설명하고 있지? ㅋㅋㅋ

그리하여, 문학/역사/고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책에 대한 50년간의 대여권한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생돈을 주고 구입을 했던 소설 36계, (특히 비싸게 주고 구입했더니 세일해서 열받게 했던) 셜록홈즈 시리즈 등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내가 평생가도 안읽을 만한 책들도 많기에 모든 혜택을 다 받는다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백이라는 혜택은 사실상 이 책들을 모두 공짜로 볼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 사실, 불만이 있으면 맨탈이 이상한 거지.

50년이라는 기간은 상징적인 의미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선 내가 앞으로 50년을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설령 산다해도 그때까지 독서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신체능력을 유지할 지도 모르는 일이며, 반대로 리디북스가 50년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속도나 국내 전자책 선호율 등을 고려하면 후자가 더욱 걱정스럽다. 그래서, 그냥 리디북스가 앞으로 한 10년정도만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10년안에는 이 엄청난 양의 책 중에서 원하는 책은 다 읽겠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난 전자책을 종이책보다 훨씬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전자책값이 종이책값에 비해서 많이 저렴하지 않으면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는 다른 서적 구매자들과 다를 바 없지만... 난 보유한 장서 수를 가지고 지적 허영심을 자랑하는 스타일도 아니며, 비좁은 방을 책으로 장식하는 것보다 다시 읽지 않을 책을 한권이라도 더 기증하거나 팔아 버리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종이책을 산다는 것은 나에겐 그저 처치해야할 책이 한 권 늘었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상당수의 장서를 전자책으로 보유(?)하게 된 것에 매우 흡좁해 하고 있다.

또한, 바로 지급된 포인트를 이용하여 평소에 도서관에서 대여하기에는 대기자가 너무 많거나 두꺼워서 휴대하고 다니면서 읽기가 힘든 책 두권을 구입하였다. 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나의 원칙을 1년만에 깬 셈이다. 앞으로도 전자책에 한하여 이 원칙에 예외를 둘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