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판 피자? @오키친3

웹디동 신년모임을 갖기로 결정하고 장소를 정하다가 민웅이형이 오키친3라는 꽤 유명한 레스토랑을 제안하여 모이게 되었다.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하루 전에 예약했는데, 토요일 6시라는 프라임시간대에도 만석은 아니다. 꽤 소문이 났음에도 이 시간에 만석이 아니라는 것은 가격대가 꽤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음...

보통 셋이서 모이면 샐러드 한 접시에 메인디쉬 두 개나 세 개 정도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오늘따라 꽤 많은 종류의 음식을 주문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인터넷 블로그에 포스팅된 먹음직 스러운 음식들이 대부분 에피타이저 메뉴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피타이져들만 먹을 순 없으니 메인디쉬를 주문해야 했는데, 이것이 또 Primi와 Secondi로 나뉘어져 소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메인디쉬를 두 개 주문했더니 모두 다섯가지 메뉴를 주문하게 되는 상황이... 코스요리가 비싼 것같아서 단품들로 주무한 것인데 결국에는 거의 코스요리급으로 주문하게 되어 버렸다. 심이누나는 메뉴 선택에 있어서 비싸다고 망설이는 법이 없다. ㅋㅋㅋ

OK`s Farm Flower Pizza, Salami, Rugula Salad
OK 농장에서 기른 다양한 꽃과 루꼴라 살라미 피자

Antipasti, 즉, 에피타이저 메뉴로 우리가 주문한 것은 Okitchen Special 중에서 오키친만의 15가지 에피타이저, 그리고 샐러드로는 살라미피자, 오징어튀김이었다. 왜 피자가 샐러드 메뉴에 속해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주문해 버렸다. 그런데, 이 피자가 꽤 마음에 든다. 토핑은 딱히 특별한 것이 없는데 도우가 얇고 매우 바삭하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접시가 아니라 빨래판에다가 서빙을 해준다. 다행히, 피자에서 세탁비누 향이 나지는 않았다. ㅋㅋ

Fried Squid with Polenta, Chipotle Aioli
폴렌타를 묻힌 오징어튀김, 훈제고추 아이올리

그리고, 오징어 튀김을 난 늘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생각만 했는데, 레몬즙을 뿌려 먹으니 맛이 기막히다. 원래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렇게 먹는 것인가! 앞으로도 오징어튀김은 레몬즙을 뿌려 먹는 걸로... 그런데, 레몬을 집에 비치해두기가 좀 애매하네...

15 - Small Antipasti 설명판?
15가지 메뉴에 대한 설명이 씌여진 판을 함께 준다. 위쪽 상단 오른쪽부터, 그리고 다음줄 오른쪽부터, 이런 순
15 - Small Antipasti
오치킨만의 15가지 에피타이저

15가지 에피타이저는 모양은 꽤 그럴 듯한데, 딱히 맛있는 것은 모르겠다. 나온 메뉴 중에서 굴과 연어는 맛있게 먹었는데, 나머지는 딱히 맛있지도 않고 뭔가 불량식품스러운 맛이 나는 것도 있고, 억지로 넘겼던 것도 있었다. 심지어 번데기도 있었는데, 이건 차마 넘기지도 못하고 남기고야 말았다. 뭔가 한국식을 접목하겠다는 노력이 있는 것 같은데, 왜 하필 번데기를... ㅎㅎㅎ;; 이 메뉴는 살짝 후회스럽다. 주문할 때 이건 그냥 코스요리에서 나오는 것인데 굳이 주문하겠냐는 뉘앙스로 물어볼 때 알아 봤어야 하는건데!

Pappardelle, Mushrooms and Bacon and Cream
파파르델레(생면), 다양한 버섯, 베이컨, 크림

Primi 메뉴에 있던 파스타 중에서는 파파르델레라는 걸 주문했는데, 이것이 면 이름을 뜻하는 것인지...? 사실 이 메뉴는 내가 인터넷에서 이미 찾아 보고 넓다랗게 생긴 면이 먹음직스러워 점찍어둔 메뉴였다. 그리고, 주문한 메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마이존 지인들과 역시 이 근처에 위치한 더 키친 살바토레 앤 바The Kitchen Salvatore and Bar에서 이런 넓다란 면으로 만든 파스타가 입에 맞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난 이 면을 좋아하는 것같다. 이 넓은 면의 이름을 알아 두어야겠다.

Iberico Pork Shorder Slake Marinated with Doenjang
된장으로 마리네이드한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스테이크

마지막으로 Secondi로 주문한 것은 흑돼지 목살 스테이크였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웹디동 사람들과 서촌 까델루뽀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생삽겸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별로였던 경험이 있는데, 역시 입에 맞지 않았다. 앞으로 돼지는 스테이크 형태로 먹지 않기로...

먹는동안 일본인 쉐프가 직접 와서 우리에게 맛이 괜찮냐고 물어 봤는데, 뭔가 우리들끼리 심각한 얘기를 하다가 끊겼던 타이밍인지 그냥 성의없이 "예"라고 답하고 얘기를 계속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좀 무안해 했던 것같기도 하고... 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