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인류의 전쟁사 중에서도 가장 참혹했던 전쟁으로 손꼽히는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과 러시아간의 전쟁,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이 전쟁에 참전했던 여성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씌여져 있다. 이 책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모호하지만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을 한 편 본 느낌이 든다.

평소, 전쟁사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터에 왜 히틀러의 독일은 전선을 서부에 국한시키지 않고 굳이 동맹을 맺었던 러시아를 침공하였던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어, 책을 읽기 전에 좀 찾아 보았는데,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파시스트들이 공산주의자들을 좋아할 리가 있나! 처음부터 히틀러와 독일의 파시스트들은 그들을 증오했고 침략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다룬 책이나 영화는 정말 많았다. 그리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그런 내용을 다루긴 한다. 하지만, 이책의 다른 점은 여자들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것일게다. 민간인 여자가 아니라 참전했던 여군들의 시각으로 전쟁을 묘사한다.

가장 놀랐던 사실은 인터뷰에 응했던 여군들이 매우 어린 나이에도 조국을 위하여 스스로 참전에 응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너무 어려 참전이 불가능 한 상황에서도 우겨가며 최전선으로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이들 중 일부는 후방이나 지원병이 아니라 저격수로도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런 맨탈리티와 전투수행능력이 러시아 여자들만의 특성인 것인지, 공산주의 사상의 세뇌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한국의 남성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여자들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확실히 여자들도 전쟁에서 충분히 임무수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슬픈 사실은 마침내 전쟁에 승리하여 조국으로 돌아왔을 떄, 자랑스러운 남자들과는 달리 여군들은 냉랭한 시선을 느껴야 했다는 점이다. 전쟁에 더렵혀진 여자취급을 받았다는... 그래서 신부감으로도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성하게 돌아온 여자들도 이러한 취급을 받는데, 불구로 돌아온 여자들은 어떠했겠는가!

책의 의도와는 살짝 다를 수도 있겠지만, 독자로서 이 책에서 여자들이 전쟁에 대하여 느끼는 대표적인 감정은 (물론 참혹함도 있겠지만) 불편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여군용 군복이나 군화, 속옷 등이 지급되지 않아 남자 군인의 것을 사용해야 하다보니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알고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넣어 놓았는지가 생각나지 않았는데, 찾아보니 2015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어쩐지... 도서관에서 빌린 후에 우선 일주일 연장을 누르고 보는 성격인데, 뒤에 예약이 걸려 있어 연장이 불가능하여 일정 내로 읽느라 살짝 고생했다. 그녀들이 겪었던 시련과 고초를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정말 미안하지만, 인터뷰의 내용이 비슷한 경우도 많아, 읽다 보면 너무 담백하다라는 생각이 들곤 하여 진도 빼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