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센양공항에서 웨스틴호텔까지 택시타기

마침내 시안 센양Xian Xianyang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첫번째 중국여행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중국 첫여행이 베이징도 아니고 상하이도 아니고, 내륙 깊숙한 곳에 있는 시안이라니! 그 사연은 나중에 쓰기로 하고, 우선은 예정대로 센양공항에서 웨스틴호텔The Westin Xian까지 택시를 타고 간 이야기를 해야겠다.

살짝 살벌해 보이는 눈빛으로 입국자들을 쳐다보는 공안들과의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쳤고, 가볍게 기저귀백 하나만 들고 왔기에 공항에 내려서 찾을 짐도 없이 바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공항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아야 할 타이밍인데, 도중에 누군가가 나에게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말을 건다. 무시하고 가려다가 얼핏 자신이 택시드라이버라는 말을 알아 듣고는 이 사람을 따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웨스틴호텔까지의 택시요금이 곰탱이가 말한 것보다 훨씬 많다. 계산기에 370위안정도를 찍는 걸 보며, "내 친구가 100위안이라 했거든?!"이라고 영어로 말하자, 그 사람은 나에게 조금씩 가격을 낮추며 흥정을 시도했고, 난 처음부터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한 이 사람을 신뢰하기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가격을 낮추어도 100위안 근처로는 안떨어져 끈질기게 흥정을 계속하려는 이 호객꾼을 뿌리치고 스스로 택시잡기를 시도하였다.

곰탱이 말로는 시안에 택시는 녹색택시가 기본이고 좀 크기가 큰 파란택시가 있으며, 그 외의 것은 나라시라면서 녹색택시를 타라고 했다. 아마도 아까 그 사람은 그냥 브로커로서 중개금액을 취하거나 나라시택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살짝 불안하여 보안요권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웨스틴호텔가려고 하는데 택시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영어가 가능한 인포메이션 센터는 있는지 등을 물어 보았으나,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Hotel"을 못알아 듣냐! 중국에 와서 영어를 기대하지 말라는 곰탱이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설마 했는데... 그냥 포기하고 나가서 택시를 잡기로 한다.

택시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를 잡고 "웨스틴호텔"이라고 말했더니 못알아 듣는다. 그래서, 미리 호텔이 중국어로 "찌우디엔"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웨스틴찌우디엔"이라고 말했더니 이번엔 "찌우디엔"은 알아 듣는데 "웨스틴"을 못알아 듣는다. 결국 아이폰 메모장에 미리 한자로 써놓은 것을 보여주자, 이제서야 알아 듣는 듯했다. 그런데, 이 기사가 웨스틴호텔 위치를 모르는 것같다. 아놔, 이 양반이! 택시 기사는 출발하면서 전화로 동료들에게 웨스틴호텔 위치를 묻는 듯했다. 여기서부터 나의 불안은 시작되었다.

중국의 녹색택시들은 뭐랄까 한국의 90년대 스타일의 차같다. 뭔가 각그랜져같은 스타일인데 크기는 아반떼만하다. 그런데, 잘 안나갈 것 같은 차가 시속 140km로 달려도 흔들림도 없이 잘 달린다. 그럼에도 택시기사가 시속 140km로 달리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센양공항은 시안중심가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거리에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 놨다. 로밍을 안해갔기에 내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었으나, 나침반 기능은 작동을 하고 있었기에,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면서 나침반으로는 남쪽이나 동쪽으로 가는 지를 체크하곤 하였다. 혹시나, 택시기사가 일부러 둘러 가거나 하는 등의 핻옹을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내가 그걸 알아도 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미터기에 요금이 100위안을 넘어가면서 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위험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난 서서히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첫번째 시나리오는 택시기사가 요금을 더 받으려고 뺑뺑 돌고 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시나리오는 또다른 웨스틴호텔이 있고 택시기사가 그곳으로 간다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이 기사가 날 갱단에 팔아 먹으려고 마음먹었다는 것.

난 용기를 내어 친구가 100위안이면 된다고 했다라고 영어로 말했다. 100위안만 "이바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택시기사가 친구 번호를 알려 달라는 듯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 들은 거지? 그래서 내 폰에 젹혀 있는 곰탱이 번호를 보여주니 자신의 폰을 주면서 전화하란다. 그래서 곰탱이와 택시기사의 통화가 이뤄졌고, 택시기사는 전화를 끊고 계속 가던 길을 간다. 그런데, 택시기사의 언성이 뭔가 싸우는 듯했고, 나의 불안감은 더 켜져 버렸다. 마치, "니 친구의 목숨은 나에게 달려 있다. 이만 끊는다!"라고 말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난 용기를 내어 택시기사의 전화기를 가르키며 "One more time"을 외쳤더니 이 기사가 알아 듣는듯 전화기를 다시 준다.

곰탱이와 통화하면서 세번째 시나리오는 확실히 아닌 것으로... 통화내용은 20분정도면 도착한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ㅋㅋㅋ 지금 미터기에 150위안이 넘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곰탱이는 실제로 공항에서 택시를 타본 것은 아니라면서 얼버무린다. 아놔 ㅋㅋㅋ

잠시 후 택시 밖에 보이는 경관들을 보며, 시안 도심으로 들어선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이두 지도의 로드맵 이미지를 보면서 웨스틴호텔의 독특한 외관을 이미 확인해 두었기에, 이제 안심이 되려나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물이 웨스틴호텔같이 보였다. 중국의 전통적인 기와집의 외관을 하고 건물 이름을 빨간색글씨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곳이 왜이리 많은지! 이제 미터기의 요금은 눈에 들어 오지도 않고, 제발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른쪽 창가를 가르키며 "웨스틴 찌우디엔"이라고 알려 준다. 아, 이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차가 멈추자 미터기엔 190위안 정도가 찍혀 있었다. 환전해 놓은 100위안짜리 두 장을 꺼내며 10위안은 그냥 팁으로 주려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230을 찍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내가 미터기를 가리키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니 기사가 뭐라고 한다. 아마 톨게이트비를 추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싶은데... 뭐 어쩔 수 없이 50위안을 더 꺼내 주고 20위안의 거스름돈을 받았다.

웨스틴 호텔에 도착하여 와이파이 접속을 시도했다. 공항에서도 시도하였으나 열려 있는 와이파이는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인증코드를 받는 방식이라 포기했는데, 다행히 웨스틴 호텔의 와이파이는 로그인 버튼 한번만 누르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바로 위쳇으로 곰탱이와 연락이 닿았고 곧 곰탱이를 볼 수 있었다. 아...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