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탑

곰탱이는 출근을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한국 주식시장이 끝나는 것을 지켜본 후, 이제 나 혼자 여행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인데 나가기가 무섭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오는 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한마디로 '호텔밖은 위험해!' 마인드가 자리 잡았던 것이다. 조금 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호텔밖으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어제 밤에 느껴졌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밝은 낮에 보니 관광지 느낌이 난다.

숙소에서 코앞에 위치한 대안탑을 가보기로 하였다. 애플맵에는 Dayan Pagoda라고 씌여 있는 곳이다. 숙소 근처의 지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고, 뭔가 낮이도가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안탑을 둘러 쌓고 동서남북 네 개의 광장이 위치해 있는데, 난 숙소와 가까운 남쪽광장을 통해서 접근해 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 엄청난 인파가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 중국인이다. 여기는 아직 타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가보다.

삼장법사 동상이 보인다. 대충 미리 예습한 바로는 대안탑은 삼장법사가 서역을 여행하면서 돌아온 이후에 세워진 탑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탑은 중요한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서 지어진다고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삼장법사가 가져온 자료같은 것을 보관하기 위해서 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삼장법사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대안탑이 담같은 것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입구에서 표검사 같은 걸 하는 것을 발견했다. 어리버리하고 있는 나를 보며 관리하는 사람이 매표소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같다. 매표소를 발견하고 표를 사려고 했으나, 중국어를 모르면 표사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라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25위안과 50위안의 옵션이 있는데 어떤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고, 어떤 줄은 매우 길고 어떤 줄은 매우 짧다. 그냥 짧은 줄에 가서 다짜고짜 "English? There are 25 yuan and 50 yuan..." 이러면서 이야기를 하니 25위안은 학생용이라고 영어로 대답해 준다. 50위안을 내고 표를 산 후 다시 입구로 가서 입장을 했는데, 큰 가방은 따로 엑스레이 기기를 통과시켜 검사를 하는 듯하다.

얼마 안가서 불당앞에서 향을 하나 꽂고 불공을 들이고 있는 처자를 발견한다. 이 처자 뿐만 아니라 여러 불상앞에서 관광만 하는 사람과 성심껏 불공을 들이고 있는 신자들이 뒤섞여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중국은 공산국가라 그런지 종교에 대해서 그리 친화적인 정책을 취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불교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불교문화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익숙하여 불상같은 것에는 딱히 이국적인 느낌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렇게 수염난 동상이 있는 것은 신기하다. 중국어를 모르니 이 동상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길은 없다. 사실, 딱히 관심은 없지만... ㅋㅋㅋ

잠시 더 가니 대안탑이 가까이 보인다. 그런데, 대안탑에 올라가려면 또 20위안을 내야 한단다. 아놔, 이것들이! ㅋㅋㅋ 여기까지 와서 20위안 때문에 안올라가는 것도 좀 말이 안되서 다시 20위안을 내고 대안탑 내부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구입후 아까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대안탑 안으로 들어 갔다.

내부에 들어 가니, 좀 열악해 보이는 목조 계단을 통해서 계속 위로 올라가는 구조인데, 올라가다 보니 좀 숨이 찬다. 게다가 점점 내부가 좁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답답함이 느껴진다. 나중에 내려올 것을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한 층 증폭된다.

언제나 꼭대기에 다다르나 계속 오르다 보니 마침내 7층이 끝이다. 매층마다 사방에다가 밖의 전망을 구경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는데, 6층이상부터는 꽤나 훌륭한 뷰가 나타난다. 7층에서 남쪽 광장을 찍어 보았다. 오른쪽에 숙소인 웨스틴호텔도 보인다. 20위안이 아깝지 않은 전망이다.

곳곳에서 셀카를 시도해 보았는데, 그나마 그럭저럭 봐줄만 한 사진이라 한장 올려 본다. 나이를 먹을 수록 괜찮은 셀카를 한장 얻기 위해 더 많은 샷을 찍어야 함이 처량하다. 뒷배경은 대안탑 내부로 들어가기 전 입구인데, 검은색 돌에 한자를 써놓은 곳이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선택해 보았다. 햇빛이 과하지 않게 들어오는 상황이기도 했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