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루와 회족거리

국수로 저녁을 해결하고 곰탱이가 나를 종루로 안내했다. 아마도 시안시의 정중앙이라 함은 종루를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독음으로 종로와 같은 것이라 한다. 한자를 잘 알면 바로 눈치챘을텐데, 난 곰탱이가 알려 주고 나서야 눈치챌 수 있었다. 이미 대안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본 나로서는 종루는 그냥 밖에서 바라만 보기로 하고 안으로 올라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녁이라 불빛으로 잘 장식되어 있는 종루의 모습은 말그대로 휘양찬란했다.

종루 인근에는 회족거리라는 관광명소가 있다. 역사적 유례를 조사해보지 않은 그냥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한국의 인사동같은 느낌이 나는 엔티크한 느낌의 기념품같은 걸 팔고 있는 곳, 그리고, 야시장같이 여러 가지 군것질거리를 파는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 듯하다.

우선 엔티크한 느낌의 기념품파는 곳으로 들어가니 우리가 너무 늦게 와서인지 문을 이미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뭔가를 특별히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딱히 문제될 일은 아니었다. 곰탱이는 장기판/장기말에 관심이 많은 듯 살까말까 만지작 거리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장기룰은 한국의 것과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식 장기에서 "상"은 우리 나라에서와 같이 꺾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각선으로 두칸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시장스러운 곳으로 가보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여행 초창기에 가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높은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도 재래시장 분위기를 많이 불편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곰탱이는 여기서 강정가게에 들러 꽤 많은 수의 강정을 샀다. 나중에 집에 가져가게 하나만 달라고 하자,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곰탱이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난 여기서 파는 음식들을 사먹지는 않았는데, 뭔가 불량식품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길거리 음식은 지양하는 편인지라...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