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에서 북경오리 먹기

대당부용원을 관람하고 난 후 곰탱이와 미리 약속한 대로 Intime City 백화점 남쪽끝에 붙어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곰탱이의 표현대로라면 '접선'이라고... ㅋㅋㅋ 내가 중국 유심칩도 안샀고 한국에서 로밍도 안해왔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필요했다. 한 30여분 기다리니 예정대로 곰탱이와 똥이 함께 왔다. 똥은 꽤 오랜만이다. 예전에 승철이 잠시 귀국했을 때 보고 처음 본다.

대기하는 중
대기하는 장소도 꽤나 중국의 옛모습을 잘 표현해 놓았다. 저 뒷편 테이블에 곰탱이가 앉아 있다

22일날 먹기로 했다가 정월대보름 특수로 대기열이 너무 많이 포기했던 북경오리고기를 먹기로 한 날이다. 다시 Intime City에 있는 "한자를 읽을 수 없는 간판을 단" 그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는데, 정뭘대보름때 만큼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웨이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기다릴만 하다고 판단하여 잠시 기다렸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앉자마자 똥이 담배를 피운다. 이 녀석이 담배를 피웠었나? 이 녀석은 한국보다 중국이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면서 그것이 담배를 아무대서나 피울 수 있는 것이란다. 심지어 이렇게 식사하면서도 피울 수 있다. 이런 것만 현지에 빨리 적응하는구나!

우리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겠다는 생각이었던지 무려 다섯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처음 나온 것은 중국식 탕수육인 꿔바로우. 난 주문한 요리 중에 이것이 가장 입에 맞았다. 이미 한국에서도 중국식 탕수육을 많이 먹어 봤기도 하였거니와, 이 요리가 오히려 한국식 탕수육에 더 가까운 맛이었기 때문이다. 밑에 깔려 있는 감자칩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 다음은 곰탱이의 선택대로 볶음밥이 나왔다. 곰탱이는 중국음식 중에서 볶음밥을 가장 즐기는 듯하다. 맛은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특이하게도 안에 들어 있는 옥수수를 바짝 튀겨서 파삭파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똥이 선택한 가지요리가 나왔다. 곰탱이도 그러하고 중국의 가지요리가 참 맛있단다. 한국에서는 가지무침은 그저 반찬에 불과한데, 여기서는 가지가 요리 대접을 받고 있다. 바삭바삭하게 볶은 가지가 의외로 맛있었다.

내가 만두를 먹고 싶다고 해서 곰탱이가 만두도 주문해 주었는데, 만두피가 너무 두꺼워서 입에 맞지 않았다. 난 한국 딘타이펑에서 먹었던 그런 맛을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맛은 나지 않았으며, 한국의 일반적인 만두보다도 훨씬 맛이 없었다. 중국의 대표음식 중 하나가 만두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망이 꽤 컸다.

마침내 이번 만찬(?)의 핵심 요리는 북경오리가 나왔거니 했는데, 잉? 껍데기가 먼저 나왔다. 껍데기는 미리 제공된 양념을 찍어 먹거나 추가로 제공되는 설탕을 찍어 먹는다고 똥이 알려 주었다. 난 그냥 간장 양념을 찍어 먹는 것이 입에 맞았다. 껍데기 주제에 오리모양을 한 그릇에 나왔다.

껍데기를 먹으며 조금 기다리니 정말 북경오리가 나왔다. 그런데, 그냥 오리고기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난 북경오리는 뭔가 특별한 요리법으로 요리를 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저 오리고기맛이 날 뿐이었다. 물론, 난 오리고기도 좋아하므로 맛있게 먹어 주었다. 처음에는 부산오뎅을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북경오리를 꼭 베이징에 가서 먹을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이었는데, 맛이 한국에서 먹는 오리고기와 비슷하니, 베이징에서 먹는 북경오리는 정말 맛이 다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