뺭뺭면을 경험하다 @노관중

곰탱이가 여러번 언급했던 뱡뱡면을 마침내 먹어 보게 되었다. 중국발음으로는 뺭뺭면, 뺭뺭맨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 뺭뺭면이 여러 가지 유명한 서안음식 중에 하나인 듯하다. 계속 먹어 보게 해달라고 곰탱이에게 졸랐음에도 타이밍이 안맞다가 우연찮게 뺭뺭면을 먹게 되었다.

뭐 먹을까 고민하는 곰탱이에게 그래도 중국에 왔으니 중국음식 위주로 먹게 해달라고 했더니 데리고 간 곳이 노관중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중국발음으로는 '라오꽌중' 정도 되려나? 오랜만에 그래도 읽을 수 있는 한자로된 음식점이라 반가웠다. 그나마 곰탱이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테이블마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되는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창가 자리라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뭐 길 맞은편 다른 음식점 보이는 것이 다였기는 하지만, 그래도 창가가 낫다. 테이블도 꽤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기본 식기와 컵 등이 비닐로 랩핑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곰탱이 추측으로는 이렇게 랩핑된 것 전체를 세팅비로 받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메뉴를 주문해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없다! 일반적으로 이제까지 갔던 곳은 메뉴판에 해당 메뉴에 대한 사진이 있어서 손가락으로 찍으며 쩌거 이거/양거로 주문이 가능하고 모르는 것만 간단히 질문하는 방식이었는데, 메뉴에 글자밖에 없으니 곰탱이마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종업원과 힘겨운 대화를 통해서 익숙한 메뉴 등을 알아가게 되어 결국 주문에 성공하였는데, 이 중에 뺭뺭면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뺭뺭면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뺭뺭면이 나왔는데, 위에 양념때문에 면이 안보인다. 젓가락을 휘저어서 면을 들춰내 보니, 면이 엄청 넓다랗다. 마치 이탈리아 파스타면 중에서 라자냐같다고 보면 된다. 맛을 보니 식감은 칼국수와 비슷하다. 적절히 잘라주지 않아서 먹는데 상당히 불편했으나 맛 자체는 참 마음에 들었다. 곰탱이도 다른 곳에서 먹었던 10위안짜리 뺭뺭면보다 훨씬 맛있다고... 이렇게 넓다란 면 자체를 뺭뺭면이라고 하는 것같다. 양념은 가게마다 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비주얼이 먹음직스럽지는 않다는 점과 한국인이 먹기엔 좀 짜다는 단점이 있으나 식감은 참 마음에 들었다.

곰탱이 말로는 삥도 서안의 전통음식이 있다고 한다. 빵같은 것을 결대로 잘라서 안에다가 각종 양념을 넣어 먹는 것인데, 양념이 너무 짜고 밀가루 자체가 너무 뻑뻑해서 먹기가 좀 힘들었다. 결국, 먹다가 남기고 말았다.

그 외에도 돼지고기 무침(?)과 가지무침(?)을 주문했는데, 가지무침은 예상과는 달리 볶음보다는 찜에 가까운 형태로 등장하여 곰탱이를 실망시켰다. 난 가지를 이렇게 요리로 먹는 것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확실히 지난번에 북경오리 먹었을 때 함께 먹었던 가지볶음이 더 맛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