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성벽에 오르다

샤오짜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곰탱이가 알려준 빙뭐시기역에 도착하였다. 시안성벽에 올라가보기 위해서였다. 성벽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서부터 바리케이트를 치고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권을 사가지고 들어오라는 제스쳐에 돌아가서 뒤쪽에 있는 입장권 부스에서 60위안을 내고 입장권을 구매했다. 다시한번 입장권 한번 참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남문에서 시작하면 (너무 당연하지만) 동쪽코스와 서쪽코스 중 선택해야 하는데, 서쪽코스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뭔가 좀 더 북적이는 느낌이어서... 조금 가보니 공교롭게도 한국문화체험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듯하다. 부스를 마련해 놓고 떡볶이 등을 비롯한 한국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핫도그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하는 핫도그가 보였다. 핫도그면 핫도그지 한국핫도그는 뭔지... 그리고, 맞은편 부스에는 한국화장품을 팔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의 브랜드였다.

이벤트하는 구간을 지나나 번잡하지 않은 구간에 도착하니 확실히 성벽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버스 두대가 한번에 지나갈 수도 있는 두께라고 하던데 사실이었다. 거의 3차선도로를 만들 수 있는 너비가 성벽위에 펼쳐져 있었다. 공성전으로 성벽을 부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두께였다.

한 1km쯤 걸었더니 6시가 지난다. 숙소에서 좀 늦게 나오기도 했고, 샤이거 백화점에서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허비하기도 하였으며, 샤오짜이역에서 표사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 시안성벽에는 꽤 늦은 시각에 도착하였기 때문이다. 곰탱이와 Intime City 백화점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7시에 만나기로 하였으니 관람할 시간이 별로 안남았다는 것을 인식하여 다시 남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시간이 많아도 결코 한바퀴 돌 생각은 없었다. ㅎㅎㅎ

남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성벽의 남쪽을 내려다보면서 공성전이 벌어지는 전쟁터를 상상해 보았는데, 어지간해서는 돌파될 수 없는 성문이다. 곰탱이의 말로는 장안 도성에서 공성전이 벌어진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쓸데없이 두텁게 만들었다고 하던데, 철벽수비를 해 놓았기에 침공할 엄두를 안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국풍이 짙은 배경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셀카를 몇 장 찍어 본다. 해가 질 무렵이라 햇빛을 등지지 않아도 눈이 부시지 않아 표정은 비교적 자연스럽지만 피부상태는 참 마음에 안든다.

성벽 남쪽과는 다르게, 성벽 북쪽은 중국 당국에서 엄격히 관리를 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적인 기와지붕을 한 집이 잘 보존되어 있다. 건물들에서 세월의 흔적과 누추함이 드러났기에 복원보다는 보존이 맞는 듯하다.

이렇게 시안성벽 투어를 매우 약식으로 마쳤다. 내려와서 보니 해자도 건설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그대로 철벽방어다. 올라오기 전에는 캐치하지 못했는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