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우동 노원점

노원역 인근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길 원할 때는 롯데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나 고봉민김밥인을 이용하곤 하였는데, 고봉민김밥인으로 들어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보이는 새로운 간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영등포우동이었다. 이름만 영등포우동이지 김밥, 돈까스 등을 다 써놓은 것을 보니 다양한 메뉴로 승부하는 분식집에 더 가까워 보였다.

시기적으로는 봄이지만 여전히 날씨는 쌀쌀한 편이라 김밥보다는 우동이 더 땡겼기에, 새로 생긴 우동집은 어떠할까 들어가 보았다. 고봉민김밥인의 김밥들은 만족스럽지만 예전에 주문했던 우동은 별로였기에, 과연 우동을 저렴하고 빠르게 해결할 새로운 나의 단골가게로 선정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기본메뉴인 영등포 우동을 하나 달라 했더니, 선불이라며 저쪽에 가서 계산하고 오라고 한다. 그런데, 계산방식이 자동판매기마냥 기계에다가 메뉴를 고르고 카드를 긁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손님들이 이 계산방식에 익숙할 리가 없고, 그래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방법인 지는 잘 모르겠다. 손님들이 익숙해질 때까지만 도와주겠다는 의도겠지만 손님들이 과연 얼마나 이용해야 익숙해질 지... 새로온 손님들은 계속 생기게 마련인데... 기계 돌리는 비용과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인건비가 양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이다. 속도도 그냥 음성을 인식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사람이 해주는 것보다 계산 시간도 훨씬 느릴 수 밖에 없다.

계산을 무사히(?) 마치고 자리를 잡아 기다리니 곧 우동이 나온다. 손님이 쟁반에 받아다 자리로 가져와 먹는 푸드코트 시스템이다. 게다가 김치 등의 반찬과 물은 모두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우동의 비주얼이 영... 라면만큼은 아니나 면들이 꼬불꼬불한 상태이다. 그리고, 면의 식감도 영... 탱글탱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국물도 영... 멸치냄새가 너무 진하다. 도대체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우동이다. 내가 3,500원자리 우동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랬나보다. 하지만, 난 이 우동이 1,000원이라도 먹고 싶지가 않다.

가격은 마음에 들지만 맛이 없어서 영등포우동은 내 단골음식점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다른 메뉴가 맛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동이라는 간판을 걸어 두고 우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다른 메뉴때문에 다시 방문한다는 것도 좀 웃기는 것같아서, 앞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