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마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

홍차에 대한 관심이 딱히 없었는데, 지난 중국 여행 때 호텔에 있던 홍차 티백을 우려서 마셔본 이후에 홍차 맛에 눈을 뜨게 되어, 서울로 돌아온 후 언제 한 번 홍차를 본격적으로 마셔 보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언젠가 홍차와 별로 관계도 없는 홍차넷에 올라왔던 홍차를 저렴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글을 보고 스리랑카로부터 직구로 결제를 했던 것이 지난 달이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호텔에서 마셨던 것과 같은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English Breakfast Tea이고, 브랜드는 딜마Dilmah이다. 홍차 브랜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그냥 홍차넷에 해당 글에 언급된 브랜드 중에서 하나 골랐다. 티백 50개짜리가 US$8 조금 넘는 정도 되었는데, 국내 가격을 검색해보니 상당히 저렴한 수준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위의 가격이 배송료 포함 가격이다. 홍차에는 엄청난 관세가 붙는다고 하는데, 직구를 이용해 소량만 주문하는 경우는 이 어마어마한 관세를 피할 수 있다. 참고로 녹차의 관세는 더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수확한지 얼마 안된 마른 잎을 캔에 넣어서 파는 것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편리한 티백으로 선택을 하였다. 괜히 번거로워지면 안마시게 될 것이 뻔해서리... 집에 핸드드립 용품이 있음에도 유통기한이 다 지날 때까지 안마시고 버린 커피도 있어서... 내가 나를 잘 안다.

홍차넷의 그 글에 보면 열흘이면 도착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난 보름이 지나고서야 받았다. 그래서, 조바심에 판매자에게 아직 못받았는데 언제쯤 받을 수 있겠느냐며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메일을 못본 것인지 무시한 것인지 영어를 못읽는 판매자인지 답장은 받을 수 없었고, 그냥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에 소포가 도착했다.

스리랑카가 가난한 국가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주소같은 것은 인쇄되어 올 줄 알았는데, 직접 자필로 내 적은 주소를 써서 소포를 보내 준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설마 아날로그 마케팅은 아니겠지? 게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요금 별납/후납" 마크가 아니라 진짜 우표를 붙여서 보내 주었다. 최근에 우표를 본 적이 있던가? 예전에 우표 수집할 시절이었으면, 우표가 붙은 부분을 물에 불려다가 우표를 분리 후 잘 말려서 우표책에 꼽아 두는 정성을 발휘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종이 쪼가리로 보인다.

소포를 받은 지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야 저녁에 한 잔 마셔 보았다. 우선 물이 끓은 후에 컵에 물을 부은 후에 티백을 넣어 3~5분 정도 우린 후에 물 양의 1/3정도 넣어서 마셔 보았는데, 호텔에서 마신 그 맛이 안난다. 시럽을 넣어 먹는 방법도 있다고 하여 설탕을 좀 넣어서 마셔보니 좀 낫다. 호텔에서는 설탕 안넣어도 맛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이 홍차도 맛은 있다. 그런데, 찬 우유를 넣어서 그런지 홍차의 향이 좀 가려지는 느낌이 난다. 다음에는 우유를 미리 실온에 보관하였다가 마셔봐야 겠다.

앞으로는 저녁에는 믹스 커피 안마시고 홍차를 마셔야겠다. 어차피 카페인 섭취 수준은 비슷할 테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