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파리5구의 여인』은 내가 읽게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여덟번째 작품이다. 『빅픽처』를 읽은 후 그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에 반하여 그의 작품을 섭렵하리라 결심한 것이 2013년 여름인데, 여전히 그 의지가 꺾이지 않고 세네 달에 한 번씩은 그의 작품을 읽으며 감동을 받고 있다.

『모멘트』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원서의 출간 날짜순으로 읽고 있는 중인데, 이번 『파리5구의 여인』은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여 차별화되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초현실주의적인 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 점이 나를 살짝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난 판타지소설이나 SF소설도 특별한 거부감없이 잘 소화하는 편이지만, 그건 읽기 전에 장르를 인식하고 마음을 활짝 연 상태에서 받아 들였을 때의 경우이고, 이렇게 사실적인 이야기를 읽다가 초현실주의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면 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소재 때문에 이번 『파리5구의 여인』은 예전에 열광적으로 읽었던 기욤 뮈소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 당신에게 누군가가 수호천사 노릇을 해주겠다라는 제안을 한다면 받아 들일 것인가? 수호천사는 당신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구해주며, 당신에게 해꼬질을 하는 사람을 혼내주기도 한다. 심지어 청부살인도 해준다. 물론 완전범죄로! 대신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특이하게도 이 책에 나오는 수호천사는 사흘에 한번씩 수호천사와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다행스럽게도 수호천사가 매우 매력적이다. 물론, 이 조건 때문에 휴가는 2박3일밖에 못쓴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아마도 난 그 제안을 받아 들일 것이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다소간 제약당하는 것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럭저럭 감수할 수 있을 것같다. 쓸데없이 보장성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뭔가 인생의 치트키를 쓰는 기분이 이와 같지 않을까?

(워낙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상태라) 기대한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으나, 독자에게 기발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