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독서단

정부에서 돈 좀 쓰라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해가면서 연휴를 만들어 줬는데, 나가서 돈은 안쓰고 집에서 집돌이 모드로 지내다가 우연히 비밀 독서단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정주행을 시작했다. 20여회가 나온 것 같은데, 아직은 13회까지 보고 14회를 보다가 말았다.

크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독서라는 주제로 교양프로그램을 만들면 지루하고 예능프로그램을 만들면 건질 것이 없다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밀 독서단은 둘 다 잡은 것같다. 영화로 치자면 작품성도 있으면서 흥행한 영화라고나 할까. 지적 허세를 뽐내다가도 금세 신파로 몰아가기는 진행이 참으로 신선하다.

페널들을 서로 단원이라고 부르는데, 한 주에 세네권씩 소개되는 책을 정독하여 정리까지 하는 것을 보면 다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세 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니... 다른 건 안하고 책만 읽는 것인가! 입금이 되면 이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단원들이 말을 잘 하지만 특히나 조승연 작가는 일품이다. 다른 단원들에게 잘난 척 한다고 미움을 받긴 하지만, 워낙에 다양한 분야에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언변도 뛰어나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외국어 구사능력도 일품인 듯.

이 프로그램이 장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가는데, 책은 계속 새로이 출판이 되겠지만, 특정 주제를 선정하여 이와 관련된 책을 골라서 추천하는 현재의 플롯이 꽤 소모적이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보면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낄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종종 전혀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있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