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트레이더다』 신인식

작년 말경에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관련한 모임에서 SK증권 정광옥 부장님이 연말 선물격으로 던져준 책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는 대한민국 트레이더다』이다. 받은 것은 작년말인데 이제서야 책장에서 꺼내 읽어 보게 되었다.

한국의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을 인터뷰한 책인데, 잭 슈웨거Jack D. Schwager가 쓴 『시장의 마법사들』이나 그 후속편 격인 『타이밍의 승부사』같은 책의 형식과 비슷하며 차이점이라면 역시 한국의 트레이더들을 인터뷰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매매기법같은 것을 자세하게 공개하는 편은 아니고, 스켈핑하는 방식에 대해서 살짝 힌트를 주는 정도만 언급되어 있는데, 이 책이 출간된 시기인 2013년 초와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기계끼리 치고받는 상황이라 스켈핑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여전히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도 한다. 책에서도 이미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트랜드가 형성된 것이 꽤 오래전인가보다. 난 스켈핑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최근에는 데이트레이딩도 상당히 지양하는 편이라 그리 관심있게 읽지는 않았다.

이 외에는 대체적으로 인터뷰한 트레이더들이 어떻게 트레이딩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곡절(?)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인터뷰한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이 제도권에서 프롭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제도권 밖에서 개인 트레이더로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놀랐던 것은 인터뷰에 응했던 트레이더들이 대부분 40대 중후반을 은퇴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제도권에서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40대 중후반 부터는 체력이나 집중력 저하로 인하여 퍼포먼스가 떨어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후자라면 제도권 밖의 트레이더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참고해야 할 이야기가 틀림없다. 물론, 그 전에 퇴출되지 않고 생존해 있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ㅋㅋㅋ

또한, 제도권 트레이더들도 생존율이 10% 수준이라는 사실은 좀 놀라웠다. 제도권에서는 좀 다를 줄 알았다. 그리고, 손실 한도에 가까워 압박을 받을 때는 묻지마 베팅으로 성공하면 계속 일하고 실패하면 그만둔다라는 생각으로 던지는 트레이더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은 공유하고 손실은 모두 떠안아야 함으로 이러한 행태를 모럴해저드로 간주하여 처음부터 트레이더를 뽑을 때 도덕성에 대한 고려를 한단다.

이미 KOSPI200 선물/옵션 시장은 정부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규제로 인하여 매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시장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트레이딩을 계속 하길 원하는 기존의 플레어어들이 해외파생상품 시장으로 옮겨간 마당이라 책을 읽은 타이밍이 그리 적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제도권 트레이더들에 대한 이야기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