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다소 느즈막히 곡성을 보았다. 미리 보고 싶은 영화를 점찍어 두고 개봉일이나 개봉일 하루이틀 후에는 극장을 찾는 평소의 성향과는 달리 개봉일로부터 5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점찍어 두기는 했지만 볼까말까 망설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에 이슈가 되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나 언론에 자주 언급이 되다보니 보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기로 마음을 먹으니 스포일러를 당할까봐 조바심이 생겨서 바로 극장을 찾게 되었다.

망설임의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 첫째로 최근들어 한국영화들의 퀄리티가 그리 훌륭한 수준이 아니고 그저그런 소재들을 남발하는 영화들만 만들어 졌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고, 두번째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무서운 영화를 잘 못봐서리... 그러나, 결론적으로 장르는 미스터리지 호러가 아니다. 그렇게 많이 무섭지 않다. 좀비 영화 정도의 공포를 감내할 수 있다면 괜찮을 듯하다.

곡성이 이슈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어렵다라는 것일 텐데, 난 이미 귀신영화라는 것을 알고 들어 갔기 때문인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관객들을 속이기 위한 함정을 파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히 복선이나 암시적인 힌트 또한 제공이 되며, 이런 것들 중에 한 두가지만 캐치할 수 있다면 진범이 밝혀진 후에 "그랬었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칠 수 있을 것이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진범을 미리 알아챌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한 번 봐서는 이해할 수 없다라는 의견이 상당수인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토리에 대한 함정과 힌트가 여러 가지 공존하며, 그 중에 몇 가지를 놓쳤다고 해서 그걸 보려고 다시 극장에 가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성향문제이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그냥 인터넷에서 스포일러가 담겨 있는 글 몇 개 읽으면서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라며 감탄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씨는 말그대로 연기를 정말 잘하는구나라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나를 더 놀랍게 한 것은 종구의 딸인 효진이 역을 맡은 김환희라는 아역배우였다. 나이를 감안하면 검은 사제들에서 열연했다고 호평을 받은 박소담을 능가할 정도다.

감독이 관객들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함정들이 다소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 없이 짜릿한 시간을 맛볼 수 있었다.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