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황홀』 마쓰다 유키마사

최근에 관심있게 시청하고 있는 비밀독서단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배우 김혜수씨가 추천해준 책이라면서 대략적으로 내용들 중 일부를 소개해준 책이 한 권 있다. 마쓰다 유키마사씨가 쓴 『눈의 황홀』이 그것이다. 화려한 책표지에 끌려서 읽게 되었달까, 특별한 이유없이 이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다고 표현해야 할 지 본다라고 표현해야 할 지, 참으로 많은 사진들과 삽화들이 등장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림 많은 책을 별로 안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뭔가 속도감이 붙어서 글을 읽어 나가려고 하면 사진/그림을 참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눈의 황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호학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여러 가지 기호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를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 바로 『눈의 황홀』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기호학에 눈을 뜨지는 못하겠지만,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잡다한 지식을 많이 습득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습득한 잡다한 지식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우선 나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나선이 뭔가 기하학적으로 딱 떨어지는 면이 없어서인지 난 나선모양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나선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기호라고 한다. 사람에게 눈을 가려서 시각적 정보를 제한한 후 걷게 하면 그 자취가 나선모양이라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나치의 문양도 나선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하는데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지 설명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 이해력의 문제인지...

줄무늬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얼마전에 장 폴 고티에 관련 전시회를 다녀오면서 알게된 사실이기도 한데, 프랑스에서 줄무늬는 주로 선원들이 입는 패턴이었으나 고티에에 의해서 대중화가 되었다라고 한다. 이 책에서도 줄무늬가 이교도를 상징한다거나 천한 신분을 의미하였고, 대중화가 되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미국 남북전쟁의 뒷면, 즉, 링컨도 흑인을 좋아해서 남북전쟁을 한 것이 아니라 흑인을 잘 관리하여 백인과의 혼혈을 막고자 했던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역시 역사라는 것은 승자에 의해서 편파적으로 포장되기 마련인가보다. 왜 난 이 나이를 먹도록 링컨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서 알지 못하였는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