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다니는 『옆집 형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글로벌 금융 탐방기』 육민혁

이번에도 채훈아빠님의 서평(http://blog.naver.com/hong8706/220698035182)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읽을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옆집 형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글로벌 금융 탐방기』라는 책은 증권사 직원인 저자가 증권사 리포트에 종종 이름이 올라오곤 하는 이머징 국가들을 직접 여행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난 과연 서점이나 도서관에 이 책이 들어 오면 어떻게 분류될 것인가 궁금한데, 여행기같은 에세이면서 보통 여행기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현지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사정에 대한 언급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금융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지런을 떨어서 여행을 다녀야 쓸 수 있는 글이다. 그것도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서 그 나라 뒷골목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들여다 보아야 쓸 수 있는 글이다.

위 문단만 보면 이 책이 엄청난 대작이라고 평하는 것같지만, 단점이 더 명확하다. 이 책은 여행기로서도 모자라고 금융서적으로도 부족하다. 여행가기 전에 이 책을 참고하면 여행이 수월해질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환전할 때는 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면 도움이 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투자를 위해서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뒷골목 경제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거시경제가 더 중요한 법이다. 저자도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여로 모로 겸손함을 책안에 여러 차례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무의미한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오히려 이 책이 이민을 고려하지만 어떤 지역을 선택할까 고민하고 있는 한국인이나 현지 사정을 좀 알아 주었으면 하는 교민, 또는 소규모로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즉, 현지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파악,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무역 아이템 조사 등에서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그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니니 그냥 어렴풋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일 수도 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책에 언급된 이머징 국가들 국민 중에 다수가 현지 화폐에 높은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의미와도 같은데, 은행에 저축해 놓으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강해서 집에다가 돈을 보관해 놓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예전에 대한민국도 이러한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도 정부가 많은 악행을 저질로 왔음에도 국가 권력에 복종과 신뢰를 보내는 것을 보면 이것이 동아시아 국민들의 특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에서 언급된 나라들 중에서 흥미로웠던 나라 둘을 꼽으라면 터키와 러시아를 고르고 싶다. 흔히 터키가 한국전쟁때 많은 군인을 보내주면서 형제의 국가를 자처하는 것을 보며 뭉클하곤 하였는데, 알고보니 당시에 적극 협력하면 나토에 가입시켜주겠다는 미국의 달콤한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 제안은 제안이고 고마운 건 고마운거니... 그리고 터키는 여전히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이슬람국가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터키에 대한 환상은 그저 매력적인 여행지에 국한시켜야겠다. 또한, 러시아는 헐리우드 첩보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런 무시무시한 국가는 아니며,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들은 여행객들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한국사람 보면 "안현수 빨라~" 이런다고... ㅋㅋㅋ 예전에 러시아에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가족들이 다 말려서 이력서도 못냈던 기억이 나서 살짝 피식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