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아마도 작년부터 IMDB에서 워크래프트 트레일러를 보면서 꽤나 기대를 해왔던 작품이었는데, 마침내 개봉을 하여 극장으로 달려 갔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대해서 심도있는 지식을 쌓은 것도 아니고, 워크래프트를 PC게임으로 실제 즐겼던 것은 워크래프트3가 유일할 정도이지만 막상 이 게임이 영화로 제작되어 스크린에 펼쳐진다는 사실은 나를 설레이게 하였다. 그래서, 다들 재미없을 것이라는 둥, 당연히 망할 것이라는 둥의 의견을 애써 외면하고 예매를 한 것이다.

기대를 하긴 했지만, 들어 가기 전에는 기대를 상당히 낮출 필요가 있었는데, PC/비디오 게임을 영화로 제작한 경우에는 대부분 그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대치를 낮춘 후에 관람을 해서인지 꽤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워크래프트는 오크와 인간, 그리고 엘프 등이 등장하며 반지의 제왕을 필두로한 톨킨의 세계관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마치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PC게임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따라서, 영화도 그러한 세계관이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이번 전쟁의 서막은 인간과 오크의 첫번째 대면, 그리고 그들의 전쟁을 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친절하게 그 이면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데, 대체적으로 이러한 류의 영화는 게임을 통해서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있는 팬들이 본다라는 가정을 하고 과감히 서두를 생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두를 생략했다고 하더라도, 오크랑 인간이랑 만나면 싸움을 해야 할 것같지 않나? 오크같이 생긴 생명체를 앞에 두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인간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

전쟁의 서막이라는 부제를 달았음에도 전쟁의 스케일이 꽤 거대하다. 드넓은 들판에서 인간과 오크가 엉켜붙어 피를 튀기고 마법사들도 과하지 않게 전쟁에 유의미한 흔적을 남겨 준다. 정말 딱 내가 원하던 그런 영화다. 나이 먹어서도 환타지 영화에 열광한다며 주변의 비웃음을 듣지만 난 이런 영화가 여전히 마음에 든다. 국내에서 먹힐 것같지 않은 장르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상영관이 확보되어 있다는 사실에 고마울 따름이다.

벌써부터, 엘프들과 언데드 등 다른 종족들이 등장할 후속편들이 기다려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