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어느날 발코니 창문에 뭔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거미다. 자세히 보니 창문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창문에서 한 5~10cm 거리를 두고 거미줄을 정성껏 만들어 놓고 먹잇감이 걸려들 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니 이 녀석이 예전보다 상당히 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거미의 성장속도가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 정확히 측정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한 일주일동안 두 배로 커진 것같다.

종종 녀석은 발코니 창문에서 볼 수 없는 곳으로 몸을 숨기고 있는 것같다. 아니, 오히려 안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같다. 그런데, 녀석이 안보이는 쓸데없이 어디갔나 궁금해진다. 그러다가, 녀석이 거미줄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징그럽게 생겼는데, 자꾸보니 이 징그러움에도 익숙해진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발코니 바로 앞에 거미줄을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집이 1층이다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하는데, 이런 경우를 처음 보는지라... 유리창 청소를 너무 오랫동안 안해서 그런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