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타잔

요즘 헐리우드가 정글을 새롭게 돈벌 소재로 선택한 것인지, 며칠 전에는 정글북이 개봉하더니, 이번에는 오래전의 영웅인 타잔을 부활시켰다. 그냥 부활시키기엔 살짝 심심했는지 앞에다 그럭저럭 공감가는 수식어를 붙여 "레전드 오브 타잔"이라고 개봉을 했다.

타잔이라는 캐릭터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찾아 보면 알 수는 있겠지만, 찾아볼 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는 아닌지라... 다만, 부모님 세대에서부터 워낙 잘 알려져 있는 캐릭터이니 60~70년대에 나온 캐릭터가 아닐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한국에도 꽤 익숙해서 개그프로에서도 꽤 자주 등장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위에서 밝혔지만 타잔보다는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등의 캐릭터에 열광하는 스타일인지라 극장을 찾을 지 살짝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타잔의 여자친구인 제인 역으로 마고 로비Margot Robbie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극장을 향했다. 몇 년 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 등장할 때부터 마고 로비의 매력에 빠져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나의 영화 선택 요인 중에서 여배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 제인이 잡혀가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평이하고 진부한 이야기, 거기에 살짝 명분을 덧붙여 주고자, 콩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쓰고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나쁜 백인의 음모를 막으려는 임무도 부여해 준다. 제인이 잡혀갈 이유를 다이아몬드와 잘 엮어 주어서 이질감은 들지 않는다. 편안하게 동물들과 함께 하는 타잔의 근육 액션을 감상하면 된다.

제인은 타잔을 기다리며 비명을 지르는 청순가련형의 인질 역할에 그치지 않고, 악당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적극적인 인질로서 영화를 좀 더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준다. 전통적인 플롯을 버리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보이려는 절박한 노력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클래식한 주제를 부활시켜 놓고 진부함을 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이미 마고 로비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라 너무 후하게 점수를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헐리우드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차지하고 있는 지분을 마고 로비가 조금씩 가져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곧 개봉할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가 흥행하게 된다면 그런 경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