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공식』 루크 도멜

『만물의 공식』은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알고리즘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교양서 또는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알고리즘으로 구현되고 있는 것들과 앞으로 그렇게 될 것들에 대한 폭넓은 예시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뒤집어 말하면 폭넓은 만큼 깊이는 없다.

책에는 알고리즘이라고 해석되어 있는데, 실제로 원서에서 algorithm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 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알고리즘이란 (때론 센서 등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표출하고 더 나아가 이 결과를 유용하게 쓰는 행위의 전반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러 가지 예시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과체중으로 고민하던 어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신체적 수치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수집 분석하여 의사보다 먼저 자신의 질병을 예측해 내었다는 이야기는 꽤 놀라웠다. 사실, 그는 수퍼컴퓨터 전문가로서, 비록 의학 생물학적 지식을 추가로 공부해야 했지만 이미 데이터 마이닝 등에 있어서 전문가였기에 일반인들이 이러한 일을 벌이기는 어렵겠으나,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던 의학이나 생물학의 지식마저 제대로 축적되고 분석된 데이터에 비해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과연 미래에 AI가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압도할 것인지 그 한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 이외도 데이팅 사이트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매칭을 시켜주는 행위가 상당히 적중률이 높다던가, 심지어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여 가장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려는 예술분야에서의 시도 등도 꽤나 흥미로웠다.

알고리즘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는데, 결국에는 AI나 알고리즘이라고 불리우는 것들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행위이다보니, 과거의 데이터로부터 뭔가 살짝 응용하는 것 정도는 잘 해낼 수 있지만,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작업에는 많은 부족함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응용마저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개인이 집에서 깨작깨작 하기에는 어려운 시도라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책의 한국어 버전이 번역 출간된 것이 2014년이니 어찌보면 유행을 선도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너무 많은 사례 등을 소개하려고 하다보니 책이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든다. 책에 대한 흥미가 계속 떨어져서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