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좀비물이 한참 인기있을 무렵에는 애써 외면하더니 이제 좀비는 진부하다라는 인식이 생겨날 즈음해서 좀비물을 다룬 한국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부산행이다. 좀비의 민첩성을 생각하면 월드워Z가 생각나고, 기차 안에서의 액션씬을 생각하면 설국열차가 떠오르는 영화이다.

마케팅빨로 이 영화가 천만관객을 넘어설 수준의 흥행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혹시 이 영화가 천만관객을 돌파한다고 해도, 나로서는 "천만관객을 넘은 졸작" 리스트에 이 영화를 추가할 것이다. 명랑이 그 리스트의 대표작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소재의 진부함이다. 왜 기존의 좀비물에 식상할 지금 시점에 등장했는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좀비와 열차를 버무려서 신선함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냥 두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좋게 말해서 모티브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아류작이겠지! 한국형 좀비 영화의 시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좀비는 그저 좀비일 뿐 한국인이 좀비로 변했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신경쓴 티가 하나도 안나는 미장센이 또다른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설국열차의 미장센은 상당히 감성적이었고, 열차의 칸이 바뀔 때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같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으며, 월드워Z 또한 여러 지역을 돌아가며 촬영을 하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 그렇게 민첩한 좀비는 처음이라 그러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부산행은 그런 면에 확실히 지루하다. 전반적인 열차의 상황을 관객에게 설명해주는 씬이 필요해 보였으며, 열차의 각 칸을 통과하면서도 특별히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아 도대체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그저 숫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희생정신, 이런 것들을 부각시키면서 드라마로 승부하겠다는 의도도 엿볼 수 있었으나, 이 또한 딱히 와닿지는 않는 것이 지나치게 희생적이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위들이 등장하여 이질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