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물질과 공룡』 리사 랜들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두 가지 주제, 암흑 물질과 공룡을 모두 다룬 『암흑 물질과 공룡』이라는 책이 발간되었다고 하여, 호기심이 충만한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부 호기심이 충족되긴 하였으나, 역시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나에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암흑 물질이란 물리학에서 일반 물질이 아닌 물질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밝혀진 바는 없고, 다만 실험적으로 그러한 물질이 있어야 물리학적인 현상이나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을 개념적으로 뭉뚱그려 놓은 말이다. 역시, 전공자가 아니니 나의 해석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저, 비전공자가 이렇게 이해했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름에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저자인 리사 랜들은 이 책에서 암흑물질은 투명물질로 불리우는 것이 적합하다는 견해를 은근슬쩍 밝힌다. 보이지 않고 관측할 수도 없다는 측면에서 정말 투명물질이 더 적합한 표현인 듯하다.

역시 명칭때문에 혼동이 올 수도 있지만, 암흑 물질은 블랙홀같은 개념은 아니다. 블랙홀은 매우 중력이 큰 별(?)이라 빛마저 흡수되지때문에 어둡게 보이는 것이고 실제로 블랙홀의 주위에서 빛이 굴절되는 등의 현상으로 인하여 관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암흑 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고, 알려진 어떠한 일반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책장을 꽤 넘겨도 공룡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암흑물질의 설명 이전에 저자인 리사 랜들은 많은 사람들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익혔을 우주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난 『코스모스』를 읽지 않은 독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주와 태양계 등에 대한 설명이 매우 유익했다. 특히, 난 태양의 공전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과연 우리 은하의 궤도를 얼마만에 돌 것인지, 즉 공전주기가 얼마인지를 알게 된 것에 혼자서 매우 흡족해 하고 있다. 2억4천만년에 한번씩 돈다고... 또한,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2만 7천광년 떨어져 있으니, 태양의 궤도가 원이라는 가정하에, 태양의 공전속도는 0.0007광년 정도 되는 셈이다.

좀 더 페이지를 넘기자 조금씩 공룡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공룡의 멸종 원인에 대하여 많은 가설들 중에서 운석 충돌을 밀고 있지만, 운석이 충돌 전에 공룡의 전성기가 이미 많이 지났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를 하지 않는 듯하다. 쇠퇴의 원인이 무엇이든, 적어도 공룡의 시대가 끝나는 시점에 운석이 지구를 강타한 것은 사실이며, 그 사건이 공룡의 멸종에 최종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에는 의심을 하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운석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서서히 암흑물질과 공룡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우리가 아는 8개의 행성들과 그들의 위성들 외에도 다양한 천체들이 그들 각각의 궤도를 공전하고 있다. 저 멀리 명왕성이 있는 곳에는 카이저 벨트에는 여러 가지 소행성들과 왜소행성들이 있으며, 거기서 조금 더 멀리 가면 오르트 구름대라는 것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여러 가지 천체들 또한 멀리서 다른 행성들처럼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천체들과 태양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이곳에 위치한 천체들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어느 천체든 공전을 한다는 것은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의미하며, 만약 한쪽이 강해지면 강해진 쪽으로 궤도가 수정되고, 특히, 구심력이 더 강해지면 구심점을 향하게 된다. 오르트 구름대에 있는 천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천체들은 구심력과 원심력이 모두 약한 상태라 조금만 더 에너지가 가해지면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 밖으로 벗어나거나 태양쪽으로 끌려오게 된다. 그리고, 지구로 날아오는 위협적인 천체가 바로 혜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조금만 더 에너지가 가해진다"는 것은 섭동을 의미하는데, 달이 지구에서 밀물과 썰물을 만들 듯이 무엇인가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을 교란시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오르트 구름대에 있는 천체들에게 섭동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가설을 설명하고, 자신이 연구하는 또다른 가설인 암흑 물질을 언급한다. 즉, 오르트 구름대의 천체들에게 섭동을 일으키는 것은 암흑 물질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하여 태양계 안쪽으로 끌려 오는 혜성들 중 지구와 충돌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즉, 태양계 저 먼 곳에 있는 천체들 중에서 일부가 암흑물질이 일으킨 섭동에 의해서 태양계 안쪽으로 끌려오는 것들이 있는데, 이들을 혜성이라 부르며, 이들 중 일부는 지구와 충돌을 한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섭동의 원인으로 암흑 물질 가설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 나의 배경지식이나 이해력으로는 상당히 버거운 수준이어서, 그냥 그렇구나라고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상당히 많다. 단지, 이해한 것은 혜성이 자주 끌려오는 주기가 3000만년에서 3500만년 안팎이고, 실제로 지구에서 대멸종 사건이 일어난 주기도 그러하다는 것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그 주기가 돌아오기까지는 한참 멀었으니, 괜히 운석 충돌을 다룬 영화 등을 보고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