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 @포 러브 Pho Love

의정부CGV를 즐겨찾게 된 이후로 의정부를 방문할 일이 종종 생긴다. 지난번 방문시에는 불스숯불김밥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뿌듯했고,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영화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어서 제대로 식사를 해보기로 하여 미리 점찍어둔 포 러브Pho Love라는 곳을 방문하였다. 베트남 쌀국수집엔 Pho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하던데 pho가 쌀이라는 뜻인 듯하다. 국수라는 뜻인가? ㅋㅋㅋ

입구 홍보 문구에 쌀국수와 카페를 모두 홍보하고 있어서 좀 의아했는데, 한쪽에는 쌀국수 등을 팔지만 조금 깊숙한 곳에서는 카페 형식으로도 꾸며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카페가 좀 더 잘되는지, 안쪽에서는 손님들의 말소리가 좀 들리는데 국수 파는 곳에서는 내가 오기 전에 손님이 딱 한 명 있었다. 사장님일 수도...

말그대로 사우나같던 밖에 있다가 들어 오니 에어컨 바람이 참으로 시원하다. 그런데, 그 시원함이 카운터가 있는 입구에만 한정되어 있고, 내가 앉은 창가 자리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국수를 먹으면서야 눈치챌 수 있었다. 시원하게 트인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더운날, 땀을 뻘뻘 흘리며 쌀국수를 먹어야 했다.

쌀국수 중에서는 기본적인 쌀국수와 뭔가를 좀 더 넣은 쌀국수를 팔고 있었는데, 난 기본 쌀국수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 고기에 기분이 좋았으나, 좋았던 기분은 고기를 씹자마자 사그라 들었는데, 편육에 기름기가 너무 없어서 마치 장례식장에서 주는 포장용 편육을 국물에 불려 먹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부위인 것인지... 하아...

쌀국수의 딜레마가 하나 있는데, 국수의 간이 맞으면 국물이 짜고, 국물의 간이 맞으면 국수가 싱겁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쌀국수 집은 이 양자택일 중에서 국수의 간을 맞추고 국물을 짜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국수를 싱겁게 하고 국물의 간을 맞췄다.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판정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난 왜 쌀국수에 기본 간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난 아마도 국수에 간을 맞추고 국물이 다소 짠 일반적인 쌀국수집들에 익숙해서인지 국수를 먹으며 싱거움을 많이 느꼈다.

난 국수를 정말 좋아하는 편이고, 베트남식 쌀국수 또한 좋아하기 때문에 왠만한 쌀국수는 다 맛있게 먹는데, 여긴 내 취향이 아닌 것같다. 의정부역 근처에 두번째 단골집을 만드려던 계획은 이렇게 다음번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