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펫의 이중생활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토끼를 키워본 경험이 있기도 하고 귀여운 동물을 꽤나 좋아하는 취향이라, 애완동물을 소재로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꼭 봐야할 영화 리스트에 올려 놓았었는데, 바로 그 애니메이션이 며칠 전에 개봉한 것을 확인하고 극장을 찾았다. IMDB에서 트레일러를 보면서 관람의지를 불태울 때의 영어제목은 The Secret Life of Pets였고, 한국 제목은 마이펫의 이중생활이다. 원제를 능가하는 제목인 것같다.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화면이 큰 상영관은 한국영화에 점유된 상태에서, 집근처에 있는 극장들 중 그나마 너무 작지 않은 상영관을 찾아 평소보다 한 칸 앞인 C열을 예매해 두었다.

쿵푸팬더를 볼 때도 느꼈지만, 동물들의 털이 참 뽀송뽀송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나, 주인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녀석들이라 그런지 막 만지고 싶도록 뽀송뽀송한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이 애니메니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이 털의 뽀송뽀송함을 꼽고 싶다.

얌전히 주인이 오기만을 기디릴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각 집에 있는 애완동물들이 주인의 출근 후에 색다른 생활을 누린다는 소재를 잘 다루었는데, 과연 이런 소재로 1시간 30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으나, 사건이 발생한다. 산책 알바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유기견으로 오인되어 유기견 보호소 차량에 실리게 된 것이다. 영어로 이들을 Animal Control 이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리하여 유기견 보호소로 끌려가게 될 맥스와 듀크를 구하기 위하여 여러 이웃 애완동물들이 모험을 떠나게 되고, 거기서 로맨스도 생기고, 유기된 애완동물 무리들을 만나서 한바탕 기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등 참 다채롭고 기발한 장면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은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발상을 스크린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참 훌륭한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이펫의 이중생할은 이러한 자유를 마음껏 누린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