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 처음 가보다

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는 걸어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긴 하지만, 평소에 부족한 유산소운동량을 보충하려는 목적으로 종종 걷기도 한다. 그리고, 걷다보면 꽤 유명한 서브웨이라는 샌드위치 브랜드가 보이는데, 매번 그냥 지나치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저녁먹을 시간이 좀 촉박하기도 하여 방문해 보기로 하였다.

어떤 메뉴가 괜찮을 지 미리 검색을 해보았는데, 헉, 검색을 안해보고 들어갔으면 고전할 뻔했다. 소비자가 선택해야할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끔 이렇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는 의미해서 장점이기도 하지만, 최종적인 맛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생각하면 단점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글들을 가이드삼아 주문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빈 테이블 중에 적당한 곳에 가방을 두어 자리를 맡아 놓은 후에 줄을 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처음 선택해야 할 것은 샌드위치인지 샐러드인지, 그리고 샌드위치라면 15cm인지 30cm인지, 또한 샌드위치의 고기 등이다. 처음이기도 하니 가장 실패하기 어려운 로스트치킨을 선택해 보기로 하였다. 혼자 먹을 것이니 당연히 15cm로 선택했다.

그 다음 줄을 따라 조금 옆으로 이동하면서 다음은 빵을 선택해야 한다. 바삭한 것을 선택하려면 하티를 선택하라는 조언을 따랐다. 옥수수 분말을 섞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 선택할 것은 야채 종류였는데, 난 기본 야채에서 오이를 제외하고, 추가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피클과 올리브를 선택했다. 할라피뇨는 이번엔 제외하기로... 나 바로 앞에 손님은 올리브유 많이 넣어 달라고 하던데, 나도 그렇게 할 걸 그랬다. 나도 올리브 좋아하는데...

그다음 마지막으로 드레싱을 선택하면 되는데, 새콤달콤함을 가진 옵션 중에서 이탈리안드레싱을 선택했다. 뭔가 이제까지 이탈리아 음식 중에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 없었던 것으로 봐서 이탈리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실패는 안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나중에 이탈리안 드레싱이 무슨 맛인지 찾아 봐야겠다.

이제 결제가 남았는데, 결제할 때 세트메뉴로 달라고 하면 쿠키와 음료가 제공된다. 쿠키는 다섯가지 맛 중에서 평소에 익숙하게 잘 먹었던 초코칩쿠키를 선택했다. 여기까지는 짐짓 자주 왔던 사람처럼 잘 진행하였으나, 마지막에 음료를 사이다로 달라고 하여 처음인 것이 뽀록나고 말았다. ㅋㅋㅋ 빈 컵을 주더라는... 오잉? 하며 주위를 살펴 보다가 내 뒤에 음료를 알아서 뽑아 먹는 머신이 있는 것을 알아 차렸다. 뻘쭘하게 스프라이트 로고가 그려진 곳을 눌러 사이다를 뽑아 아까 맡아 놓았던 자리로 향했다.

내가 조합한 샌드위치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역시 로스트 치킨은 엥간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예전에 버거킹에서 로스트치킨샌드위치를 팔다가 메뉴가 없어져서 아쉬웠는데, 당시에 맛있었던 그 맛이 나는 듯하다. 야채들이 지나치게 싱싱하여 빵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 빼고는 먹기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선택한 빵은 좀... 바삭하다기 보다는 빵 겉에 붙은 것들이 딱딱하다. 내가 기대했던 바게뜨빵 같은 바삭함은 아니었다.

다 먹고 나서 사이다가 남은 것을 확인하고 시간을 보내며 사이다를 먹다가 초코칩쿠키를 하나도 안먹은 것을 확인하고 먹기 시작했다. 쿠키가 예상외로 눅눅했는데, 물론, 부드러운 식감의 쿠키를 좋아했다면 눅눅함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바삭한 식감의 쿠키를 좋아했는데, 그런 맛은 아니었다. 심지어 질퍽하여 입안 여기저기에 붙어다니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이다를 리필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서브웨이 첫도전은 절반의 성공정도로 마무리 되었다. 샌드위치 주문하는데 도전씩이나 해야 하다니, 쳇! ㅋㅋㅋ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