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냉면 @함흥곰보냉면

손목시계 배터리 교환이라는 주목적을 이룬 후, 미리 점찍어둔 대로 같은 세운스퀘어 건물에 있는 함흥곰보냉면을 방문하였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함흥식 회냉면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라고 한다. 예전엔 예지동에 있었다고 하는데, 재개발로 인하여 여러 시계관련 업체들이 세운스퀘어로 옮길 때 따라서 옮긴 듯하다.

들른 시각이 6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퇴근을 한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인지 붐비지 않았다. 대여섯 테이블만이 점유되어 있을 뿐이었다. 자리를 잡고 회냉면을 주문했다. 늘 그렇듯이 냉면집에서 만두를 주문하려고 하였으나, 반접시는 안한다고 해서 그냥 회냉면만 먹기로... 만두 한 접시를 다 못먹는 것은 아니지만 배가 나올테지! 그런데, 갑자기 8,000원이란다. 선불인가보다. 얼른 카드를 꺼내어 결제를 하였다. 분식집도 아니고 선불이라니... 돈 안내고 그냥 도망가는 사람이 많은 가보다.

곧 회냉면이 등장하였다. 다대기 빛깔이 참 곱다. 어쩜 이렇게 붉은 색일 수가 있을까! 식용색소 적색1호를 넣은 것일까? ㅋㅋㅋ 게다가, 삶은 계란을 매끄럽게 잘 까놓았다. 집에서 삶은 계란의 껍질을 벗길 때 매번 곰보를 만드는 나로서는 어찌 이렇게 잘 벗겨 놓았는지 존경스럽다. 계란 흰자에 조명이 반사되는 것이 보일 정도로 매끄럽다.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사진이 참 맛깔스럽다.

가져다준 가위로 두번 잘라서 4등분을 한 후에 휘저어 섞어 한 입 먹어 보니, 맛이 괜찮다. 굳이 5대 함흥냉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평양냉면과 달리 함흥냉면은 다대기 맛나게 만들고 면 잘 삶아 내면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기에 실패할 확률이 낮은 음식이기도 하다.

함께 들어간 가오리 선어회는 그다지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난 선어보다는 활어를 선호하는 편이이긴 하다. 선어회에서 감칠맛보다는 비린내를 느끼기에 역시 별로 회를 그냥 꾹 참고 삼키는 수준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비빔냉면을 주문하는 거였는데, 내가 선어회를 별로 안좋아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회냉면을 주문했다. 다행인지 회가 그리 많이 들어 있지는 않고, 한 다섯조각 정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특징 중 하나가 밑반찬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난 수백명의 침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음식점에서 내주는 밑반찬을 안먹는 편이라 오히려 이런 정책이 반가운데, 한국정서상 밑반찬을 안주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과연 다른 손님들이 좋아할 지는 모르겠다.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한국도 밑반찬 문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쉽지 않은 것같다.

세운스퀘어나 그 주변을 방문할 일이 그리 자주 있는 것은 아니라, 또 언제 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 동네에 오면 그래도 함흥곰보냉면을 방문하여 비빔냉면을 먹을 계획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