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수퍼 화산송이 클레이 무스 마스크

인터넷 사용기들, 특히나 화장품 사용기들은 잘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흔히들 "뷰티블로거"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돈받고 쓰는 글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글에는 단점은 숨기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내용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쩌다 보니 그럭저럭 진정성이 있는 글들 중에 발견한 것이 이니스프리 수퍼 화산송이 클레이 무스 마스크이다.

엄청나게 긴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영어로는 Super Vocanic Clay Mousse Mask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어 이름을 보기 전에는 화산송이가 현무암에서만 자라는 신비한 송이버섯같은 것인 줄 알고, 버섯을 갈아서 팩으로 만들었나 했다. 예전부터 있었던 초코송이라는 스낵 때문에 송이라고 하면 우선 버섯이 생각난다. 물론,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고, 화산송이는 화산폭발시 점토가 고열로 인하여 굳어서 돌숯이 된 것을 말하고, 제주도 말로 "가벼운 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그냥 Volcanic Ash이다. 즉, 버섯가루팩이 아니라 화산재팩이다. ㅋㅋㅋ 나만 이렇게 착각한 것인지... 하필 용기 색깔도 브라운 계열이라 초코송이를 연상시킨다. 초코송이 먹고 싶다...

포장지부터 매우 거친 질감을 사용하여 상품과의 일치성을 보인다. 마케팅에 공을 들인 흔적들이 보인다. 실제로 인기도 많은 듯, 네이버에 화산송이라고 치면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제품들이 상단에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마케팅빨만이 아니라 그럭저럭 인기도 있는 제품이라고 판단된다.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제품 앞에 수퍼가 붙으면 지성용이고 안붙으면 건성용이라고 한다. 내 피부상태는 극지성에 속한다. 지난 봄부터 피부과에서 받아온 PDT로도 개선이 되지 않는 지성이다. 마치, 내 몸안에 있는 수십억개의 세포들 속에 복사되어 있는 DNA 정보가 내 피부를 지성으로 세팅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같다. 그래서, 피지를 제거하고 피지선을 태워버려도 다시 수십억 세포에 백업되어 있는 DNA 정보들을 기반으로 빠르게 피지선이 재생되며 그 피지선이 엄청난 피지를 뿜어낸다. 평생 이렇게 과잉피지 상태로 살아야 하나보다. 내 몸의 항상성을 담당하는 기관이 과잉피지 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다시 화산송이 마스크팩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제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당양 펌핑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다른 글에서도 너무 세게 눌러서 엄청난 양이 분사되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런 글을 염두해 두고 정말 조심스레 펌핑을 해서 난 그런 불상사를 겪지는 않았는데, 바르다보니 모잘라서 내용물이 손에 묻은 상태에서 다시 펌핑을 하려니 상당히 번거롭다. 피지 컨트롤보다 펌핑 컨트롤이 더 어려운 제품이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펌핑하라고 나와 있으나, 난 일반적인 한국 여성의 얼굴보다 크니 다음부터는 600원짜리(?)만큼 펌핑해야겠다.

내용물은 정말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용기가 브라운 계열이고 진흙팩이니 당연히 황토색이나 갈색을 띤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무슨 시멘트가 뿜어져 나오는 줄 알았다. 딱 시멘트같은 회색이다. 이 색을 보는 순간 초코송이에 대한 환타지는 무참이 깨져 버리고, 이 시멘트 덩어리를 얼굴에 발라야 한다는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걸 얼굴에 바른 후에 굳으면 안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두려움! 당연히 그럴 리는 없다고 스스로 진정시켰다. 펌핑 컨트롤에 이어 마인드 컨트롤까지 필요하다. 피지 컨트롤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10분에서 15분정도 유지하라고 나와 있길래, 스마트폰으로 바르는 시간까지 16분 알람을 맞춰 놓고 조심스레 바르기 시작하였다. 잘 발린다. 바르자마자 스며들어 버렸는지 모공이 큰 부분은 엠보싱이 나타나서 당황하였다. 조금 더 덧발라 주었다. 최근에 여드름이 많이 나는 턱주변까지 비교적 꼼꼼하게 바르고 가만히 누워서 알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트마스크와는 다르게 이런 마스크팩은 발라 놓고 활동을 해도 무방하긴 한데, 그냥 팩하는 동안은 나 자신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다 되면 꼰뜩꼰득 굳어서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살짝 불편하다. 적당히 굳은 것같다. 화장실에 가서 잘 씻어 내고 나니 오랜만에 느껴지는 뽀드득한 상태가 되었다. 기존에도 사용하고 있는 크리니크의 안티-블레미쉬 마스크팩과 비교하면, 좀 더 뽀드득한 느낌이 강하다. 피지를 더 잘 흡수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 상태에서 수분도 빼앗겼을 테니, 빨리 수분크림이나 로션 등을 발라 줘야 한다. 가격도 크리니크 제품보다 이것이 저렴하니 앞으로는 이 녀석으로 써야 겠다.

피지를 이런 식으로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피부에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괜히 내 몸의 에너지가 피지생산에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왠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묶은 피지까지 뽑아 내서 뽀드득함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여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종종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최근에 화, 목, 토, 일에 알로에 시트 마스크 하는 날로 정하고 실천하고 있는데, 이 중에 토요일은 알로에 대신 화산송이를 할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