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차돌 쌀국수 @포프롬나드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보고 나면 늘 하는 고민이 바로 무엇을 먹을까이다. 뭔가, 번화가와는 좀 떨어져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낙후된 곳은 아닌, 참 애매한 곳이라 잘 알려진 맛집은 없고, 동네 사람들이어야 아는 맛집같은 것들은 좀 있는 것같다. 그래서, 보통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보는 날은 저녁 약속을 다른 곳에 잡아서 예술의 전당 부근을 떠나는 전략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여의치 않게 되었고, 그래서, 힘겹게 찾은 곳 중에 하나가 포프롬나드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예술의 전당과는 한 150m는 떨어져 있지만, 어차피 남부터미널까지 걸어다니곤 하는지라...

자리가 많지 않아서 운이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난 고작 쌀국수를 먹기 위해 대기를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만약 만석이라 대기를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경우, 그냥 인근 스타벅스에서 치킨파니니나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보니 정말 만석이다. 게다가, 자리를 기다리는 한 팀이 내 앞에서 대기중인 상황이었다. 돌아갈까 하는데, 가게 깊숙한 곳에 보이는 1인석인 듯한 구석탱이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재빨리 대기타는 일행을 넘어 깊숙히 파고들어 한사람인데 자리가 없겠느냐고 물어보니, 내 예상대로 1인석인 듯한 곳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혼밥이 이런 면에서는 유리하다. 1인석도 비교적 정성들여 꾸며 놓은 티가 난다. 앞에 베트남스러운 자그마한 그림도 있다.

여러 블로거들에 의해서 주로 추천되는 메뉴가 나시고랭, 그리고 쌀국수였는데, 지난 번 의정부역 근처에서 경험했던 불만족스러운 쌀국수의 기억을 하루빨리 지워버려야 겠다는 강렬한 열망같은 것이 작용하여, 크게 고민없이 양지차돌 쌀국수를 선택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마침내 쌀국수가 나왔는데, 와우, 무슨 고기를 이렇게 많이 넣어 주는지... 다소간의 과장을 보탠다면, 이것이 쌀국수인지 고기국에 사리로 쌀국수가 들어 있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고기가 담겨져 있었다. 게다가, 결대로 찢어 놓은 굵직한 양지머리가 꽤나 잘 삶아져서 부들부들하다. 기름기가 거의 없는 부위인 양지머리는 제대로 삶지 않으면 뻑뻑해서 먹기가 참 힘들다. 결대로 찢지 않고 칼로 썰어 놓아도 마찬가지다. 국수와 국물 모두 간이 잘 맞는 것도 참 마음에 든다.

예술의 전당을 적어도 1년에 4번 이상은 가는 관계로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포프롬나드를 들려 쌀국수를 먹을 예정이다. 난 쌀국수를 워낙에 좋아해서 여러 번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같다. 다음에 들르면 나시고랭도 먹어 봐야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