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뉴욕타임즈 기사를 번역해서 소개해주곤 하는 뉴스페퍼민트에서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저서인 『인간 존재의 의미』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 신청을 한 것이 도착하여 빌려 온 것이 지난 달인데, 책의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최근에 일이 너무 바빠서 미루고 미루다 반납일에 쫓기어 겨우 다 읽게 되었다.

얼마 전에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저서 『다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보다가 너무 이해하기가 어려워 포기했던 기억이 있어서 같은 과학철학이라는 장르(?)의 책을 과연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행이 이번 『인간 존재의 의미』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분량도 많지 않고 요점만 간결히 언급하는 스타일이다.

거창한 책의 제목만큼이나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기는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을 필두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를 비롯한 대부분의 진화생물학자들이 지지하는 포괄적 적합도inclusive fitness 이론에 대한 반대입장이었다. 포괄적 적합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설계된 유기체가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유가 유전자 보존때문인데, 한마디로 피가 물보다 진하다라로 표현될 수 있다. 난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 진화생물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웠기에 포괄적 적합도에 대한 반박은 다소 놀라웠다.

포괄적 적합도에 대한 반박의 예로 든 것이 바로 초유기체라 할 수 있는 개미집단이다. 일개미들은 불임임에도 여왕개미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인데, 즉, 에드워드 윌슨의 주장은 포괄적 적합도 이론이 진화과정 전반에 걸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아니라 매우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 부분적인 유기체 중 하나가 인류일 수도 있겠지만...

반면에 책의 많은 비중을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를 강조하는데 할애하지만, 상당히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를 통하여 인간의 경이로운 상상력 때문에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긴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무릎을 탁 칠만큼 직접적인 깨달음을 주기에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나중에 인문학적 소양을 좀 더 쌓은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면 좀 더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두에는 어렵지 않다라고 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렵긴 어렵다. 너무 포괄적 적합도 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초점을 맞추고 읽은 것같기도 하고... 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