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이 엄청난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지난 3월경에 읽었던 『호메시스』라는 책에서 언급되어 언젠가 읽어 봐야겠다고 메모만 해놓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마이클 폴란의 책인 『잡식동물의 딜레마』 이야기다.

저자가 직접 먹거리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며 실제로 농업과 목축업, 심지어 사냥과 채집까지 경험하면서 어떠한 먹거리가 좀 더 자연스럽고 건강에 좋은가 따져보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옥수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 농부들은 대부분 옥수수를 주로 키운다고 한다. 난 당연히 밀을 가장 많이 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옥수수가 면적당 칼로리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정부도 보조금까지 지원해가며 적극적으로 장려한 결과, 미국은 옥수수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옥수수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거나, 옥수수당같은 2차가공품으로 만들어 지기에, (보조금을 지원해서라도) 옥수수의 가격이 낮게 유지되어야 낙농업이나 목축업 등 다른 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문제는 옥수수만 키우느라 토지의 비옥도가 계속 떨어지고, 그래서, 질소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다. 잉여 질소화합물들이 하천이나 지하수로 스며드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토지가 꽤 훌륭한 비옥도를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인가 보다.

두번째로는 풀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풀이라고 하니 참 의아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땅에서 자라는 그 풀이 맞다. 이 두번째 이야기는 옥수수를 기반으로 산업화 되어버린 낙농/목축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소/돼지/닭에게 사료가 아니라 풀을 먹여 가며 자연에 가까운 순환과정으로 농장을 유지하는 이야기다. 소는 풀을 먹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에도 억지로 옥수수 등의 곡물사료에 적응시키면 여러 가지 질병이 올 수 밖에 없어 사료에 대량의 항생제를 섞는다고 한다. 물론, 소고기를 먹을 때 이 항생제 성분이 우리의 몸에 흡수된다. 그럼에도 옥수수 기반의 곡물사료를 먹이는 이유는 소를 더 빨리 키울 수 있기 때문인데, 예전에는 도축하기 위해서 4~5년을 키워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에는 옥수수 사료를 먹여서 빠르면 18개월만에 도축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농부라도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같다.

세번째 이야기는 숲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풀에 대한 확장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숲이 우거져 있어야 생태계가 유지되어 풀도 자라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숲이 보호되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숲 이야기는 다소 비약이 크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지만, 역시 손에 잉크만 묻히던 사람이 어설프게 야생돼지 사냥하는 이야기과 버섯 따는 이야기는 꽤 재미있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의 이치보다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다보니, 예를 들면, 같은 양의 소고기를 먹으면서도 여러 가지 영양소가 부족한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말로만 유기농이 아닌 진정한 유기농으로 키운 가축들은 옥수수 사료로 키운 고기보다 맛도 더 좋다라는 것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강조하고 있다. 난 이 목가적인 낭만이 있는 이야기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이렇게 자연의 이치에 맞게 농장이 잘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뭉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유기농 가축이 몸에 좋다는 것만 빼고 다른 주장들에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선 이렇게 진정한 유기농으로만 가축을 키울 경우 과연 급격히 팽창한 인구를 다 먹여 살릴 수 있는가라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저자의 극찬과는 달리 옥수수 사료로 키운 가축들이 내 입맛에는 더 맛있기 때문이다. 들에다 풀어 키운 토종닭이 얼마나 질긴지 잘 모르시는 분인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