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카운턴트

변호사들이 등장하여 화려한 언변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법정 스릴러 물은 영화나 TV시리즈의 단골소재지만, 또다른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사들은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 편이다. 당연하게도 회계사의 업무를 화려한 영상미로 포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같기도 하다. 그런데, 제목부터 어카운턴트라고 뽑아 놓은 대담한 영화가 등장했다.

그런데, 주연이 벤 애플렉Ben Affleck이라면? 그렇다. 이 영화는 그냥 주인공의 직업이 회계사일 뿐 액션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금융 스릴러 같은 장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물론, 회계업무가 등장하기도 하고, 실제로 분식회계 이슈가 매우 중요한 트리거이긴 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고, 바로 액션씬으로 넘어간다.

배트맨 수트만 입지 않았을 뿐이지, 무표정한 얼굴을 한 회계사 크리스찬 울프Christian Wolff를 연기한 벤 애플렉의 액션은 배트맨 못지 않게 화려하고 강력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 어카운턴트가 전형적인 액션영화보다 조금 더 재미있는 이유는 주인공이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질환(?) 때문에 회계업무에서는 탁월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역시나 대인관계는 성인이 되어서도 상당히 힘들어 한다.

숫자를 현란하게 다루는 그의 솜씨를 보며 잠시 주인공의 능력을 부러워 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뇌구조를 가진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