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블루스 페투치니 @이층블루스

민방위 교육을 받으러 석계역 근처에 갈 일이 생겨, 석계역과 태릉입구역 근방의 맛집을 조사하다가 발견한 곳이 이층블루스라는 파스타 집이다. 석계역, 태릉입구역 근방에 위치한 맛집들로 소개되는 곳들이 대부분 고기집인데, 유일하게 파스타집으로 그럭저럭 회자되고 있기에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석계역 근처에 있는 것은 맞는데, 다음지도에서 알려준 대로 찾아가려니 길이 막혀 있다. 워낙에 골목사이에 위치한 연립주택같은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근처에 가서 빙빙돌며 해맸다. 길치라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후미진 곳에서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게다가, 1층도 아니고 2층에...?

역시나 입구에 들어서니 안에 손님이 한 그룹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손님이 별로 없으면 맛이 없을까봐 걱정을 하는 편인데, 이층블루스는 손님이 많지 않을 여러 가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도착했음에도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이 걱정스럽지 않았다.

메뉴는 미리 알아 왔기 때문에 주문을 바로 하였다. 크림블루스 페투치니와 갈릭미니피자, 가격이 꽤 저렴한 편이었다. 이것도 역시 입지 덕택이겠지? 그런데, 선불이다. 파스타집에서 선불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라 살짝 신기했다. 음식값 안내고 도망가는 학생들이 많은 가보다.

맞은 편 테이블의 음식이 먼저 나온다. 내가 먼저 주문했는데, 먼저 왔다는 이유인지 맞은 편 테이블의 음식이 먼저 나온 것같아 살짝 삐짐상태인 채로 조금 더 기다리니 미니갈릭피자부터 서빙이 되기 시작하였다. 배가 고팠지만 사진 한장에 음식을 모두 담기 위하여 인내심을 발휘하였다. 곧 크림블루스 페투치니도 서빙되었다.

페투치니는 납작하게 만든 파스타면의 종류인데, 칼국수면과 비슷하다고 알려진 링귀니 보다 조금 더 넓다랗다. 나같이 칼국수면의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페투치니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크림 베이스인데, 먹어보니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 매콤한 맛이 난다. 실제로 순수한 크림베이스보다 살짝 로제 베이스의 색이다. 다만, 이 매콤함을 청량고추로 잡는 것이 어떠했을까 한다. 국수 사이로 빨간 고추가루가 보이니 보기가 안좋다. 토마토 베이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전체적으로 기대치를 만족하는 맛이었으나 월등히 뛰어 넘는 맛은 아니며, 따라서, 멀리까지 와서 먹을 만한 것은 아니고, 근처에 오면 애용할 만하다. 가격도 저렴하니... 갈릭미니피자 역시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지만 기대치를 간신히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인테리어는 나름 깔끔하다. 허름한 건물을 들어 서면서 우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럭저럭 심플하고 모던하면서도 심심하지 않게 잘 꾸며 놓아, 파스타집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주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지 R&B 장르의 음악이 은은히 흐른다. 블루스가 그 블루스가 아니려나 싶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워낙에 후미진 곳에 있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맛집같은 느낌이다. 석계역/태릉입구역 근처의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지 않는다면, 내년 민방위 교육 받으러 올 때 다시 들를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