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언제 개봉하나 기다렸던 영화였다. 마블코믹스의 엄청난 광팬이라고 말하기엔 여러모로 지식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시리즈들이 개봉하면 바로 극장으로 달려 가는 수준으로 MCU 영화 시리즈에 푹 빠져 있는 팬으로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나에게 셜록 홈즈로 각인되어 버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닥터 스트레인지로 나온다. 영화의 세계관도 그러하고 다소 긴 얼굴형도 그러하고 왠지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 초기의 키아누 리브스가 연상되었다. 나만 그러한가...?

(스포일러가 걱정된다면 이번 문단을 생략하고 다음 단락부터 읽는 것을 추천하는데,) 간단히 줄거리를 언급하자면, 병원에서 에이스 놀이 하던 훌륭한 외과의사인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사고로 손의 신경이 손상되어 더이상 외과의사로서의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가, 우연히 알게된 정보를 통해 네팔까지 가서 마법사들을 만나 수련을 하게 된다. 원래는 팔만 회복하려다가 마법사로서의 포텐이 폭발하여 엄청난 속도로 마법을 습득하며, 의도와는 다르게 에이스 놀이하는 마법사가 되어 지구의 평화를 지키게 된다는 이야기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MCU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MCU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와 직접적으로 얽히지는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쿠키영상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라는 단서를 붙여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이야기임에도 이론물리학적인 지식이 풍부하다면 영화를 깊이 이해하는 데 좀 더 수월할 것같다. 난 그쪽에 그다지 많은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라, 다중우주라던가 공간의 왜곡, 시간여행 같은 개념에 대해서, 그냥 그러려니, 닥터 스트레인지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면서 감상을 하였다. 나같이 감상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난 SF물도 좋아하고 환타지물도 좋아히기에, SF인듯 환타지인듯 장르를 구분하기 애매한 닥터 스트레인지를 참 재미있게 보았지만, 과연 국내 관객들이 이런 색다른 세계관을 다룬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평을 내릴 지는 잘 모르겠다. 국내에도 마블코믹스 팬들이 많긴 하지만, 주로 어벤져스 중심으로만 보는 관객들이 대부분이라...

MCU 시리즈에서 나오는 유머코드는 종종 과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딱 적당한 수준의 유머를 섞어 놓아 참 마음에 들었다. 와이파이 개그는 정말 생각도 못하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