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에드워드 버네이스

얼마전 슬로우뉴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RSS로 구독하여 열심히 정독하고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기사의 신속성 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여유를 갖고 읽어야 하는 기사들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 올라온 기사 중에서 마케팅의 역사라는 글을 읽으면서 괴벨스와 버네이스의 선전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좀 더 알아보고자 검색을 해보니, 괴벨스의 저서는 따로 찾을 수 없었고, 대신 한국에 출간되어 있는 버네이스의 『프로파간다』를 읽어 보기로 하였다. 참고로 슬로우뉴스의 해당글의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lownews.kr/58724

책을 펴고 10분이 채 되지 않아 좀 당황했다. 지나칠 정도로 긴 서문과 머리말 때문이었다. 무려, 50여쪽에 이르는 이 장문을 읽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서문과 머리말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칭송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끝부분에 맺음말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또 나와서 좀 짜증이 났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정치권의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라는 목적이었는데, 책에서는 정치권이나 종교계의 선전 뿐만 아니라 기업의 홍보 활동 등에 대한 설명에도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다. 선전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드리워져 있기 전에는 기업 광고 등도 선전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요즘에는 홍보나 마케팅, 광고 등의 용어가 좀 더 빈번하게 사용되곤 하는데, 미리 고백하자면 공대생이라 그런지 홍보, 마케팅, PR, 선전 같은 것들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냥 다 사기치는 것같다.

다양한 사례들 중에서 피아노 보급에 대한 예시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피아노를 직접 판매하기 보다는 가정 음악실이라는 개념을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침투시킴으로써, 자연스레 집집마다 피아노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꽤 섬뜩했다. 나 또한 초등학교 시절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학원을 다녀야 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에, 피아노 선생님이 너무나 무서워서 피아노 학원 가는 것을 얼마나 싫어 했는 지 모른다. 다들 하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을 집단 습관Group Custom이라고 한다. 위에서 가정 음악실이라는 개념을 침투시킨다는 것은 집단 습관을 형성시킨 것이다.

또 한가지 섬뜩한(?) 사례로 다가왔던 것은 아이보리 비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내용은 이 책을 읽게 된 트리거가 되었던 슬로우뉴스의 글에서도 비교적 자세히 언급되어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누조각 경연대회를 열어서 비누 소비를 극대화 하는 전략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사례가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은 나 또한 미술시간에 비누조각 실습을 하여 엄청난 양의 비누를 소모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재미있어서 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한 것이라는 사실은 꽤나 기분이 나쁘다. 설계당한 느낌이랄까... 위에서 설명한 집단 습관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비누조각 경연 대회같은 방법을 집단 형성Group Forma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피아노를 배웠다거나 열심히 비누조각을 만들었다고 해서 화를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위와 같이 PR이 성공했던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간의 니즈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서로 니즈가 있는데 그 니즈간의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 PR의 본질적인 역할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피아노를 배운다거나 비누 조각을 만드는 것이 일방에게만 혜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프로이트의 조카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