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2011년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개봉된 이후, 이제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완전히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해리포터 팬으로서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후에 해리포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개봉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의 프리퀄 격으로, 해리포터가 태어나기 전 시대의 마법사들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해리포터 시리즈가 현대 시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반면, 신비한 동물사전은 머글, 아니 노마지들에게 막 자동차가 보급된 무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배경이 런던이 아니라 뉴욕이다.

이미 얼마전에 『신비한 동물 사전』이라는 원작(?) 소설을 읽긴 하였지만, 영화화된 신비한 동물사전에 대한 어떤 예측도 할 수가 없었는데, 『신비한 동물 사전』이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여러 가지 마법 동물들을 사전식으로 나열한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즉, 소설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이 영화에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펼쳐 질 지는 젼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은 『신비한 동물 사전』의 저자인 뉴트 스캐맨더이다. 그는 덕후 기질이 있는 호그와트 졸업생으로 여러 가지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덤블도어의 배려로 가까스로 호그와트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의 가장 큰 취미는 마법 동물 모으기(?)인데, 당연히 마법 동물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멸종 위기의 마법 동물들을 구해서 원래의 서식처로 돌려 보내주는 등의 일에 힘쓴다. 영국을 떠나 뉴욕으로 여행을 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우연히 어느 머글, 아니 노마지와 엮이게 되면서 마법 동물들이 마법 가방을 탈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사건이 펼쳐 진다.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스토리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기욤기욤한 마법 동물들의 활약(?)이 즐겁기도 하거니와, 심지어 살짝 달달한 로맨스까지 펼쳐 진다.

뉴트 스캐맨더는 마법 능력도 우수한 편이지만, 그의 덕후기질을 전투에 적절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가 가지고 다니는 마법 가방 안에 엄청난 크기의 마법 동물원(?)을 마련해 놓고, 마법 동물들을 적절히 전투에 활용하곤 한다. 일부 마법 동물들은 그의 자켓 주머니에 들어가 있기도 한다. 마치 애쉬가 피카츄를 포켓몬볼에 넣지 않고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도 마법사들간, 또는 노마지들 간에 신분차별 같은 것이 존재하는데, 스큅이 좀 더 사건의 핵심에 연루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자면, 해리포터 시리즈 보다 좀 더 신분제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것같기도 하다. 신분제 이슈안의 또다른 차이점이라면 뉴욕이라 그런지 정치적으로 마법사들의 힘보다 노마지들의 힘이 좀 더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리포터에서는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머글들을 무시하며 엮이지 않으려는 듯한 느낌이라면, 뉴욕을 배경으로한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마법사와 마녀들이 노마지들의 눈치를 보며 숨어사는 느낌이다. 심지어 네 명의 주연급 캐릭터 중 하나는 노마지다.

그리고, 예상밖으로 신비한 동물사전은 시리즈물로 계속 만들어질 예정인데, IMDB에서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무려 다섯 개의 영화가 2년의 인터벌을 두고 개봉/제작예정이다. 마법동물들은 무궁무진하니 소재는 충분하고, 이야기만 잘 만들면 해리포터 시리즈를 능가하는 시리즈가 될 지도 모르겠다. 나중엔 분명 용들도 등장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