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흐름을 타라』 미녀53

주식투자자를 비롯한 금융상품에 대한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는 팍스넷이라는 사이트에서 심도 깊은 글을 올려 명성을 얻은 분들 중 미녀53이라는 필명을 쓰시는 분이 쓴 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전격적으로 읽게 되었다. 책의 제목이 지극히 형이하학적이다. 『쩐의 흐름을 타라』라니, 너무나 노골적이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인 미녀53이라는 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물론 나 또한 팍스넷이라는 사이트를 익히 알고 있고 방문하기도 했으나,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관계로 누가 거기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지, 더 나아가 누가 투자/트레이딩에 성공했는 지는 모른다. 그저 저자 본인이 밝힌대로 10년간의 트레이딩에서 성공하여 이른(?) 나이에 은퇴하면서 족적을 남기고자 한다는 취지를 신뢰하기로 했다.

투자의 접근법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 분류가 있는데, 하나는 재무제표 등을 이용하여 기업가치와 주식의 가치를 비교 분석하여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기본적분석, 다른 하나는 가격에 포커스를 맞추고 가격의 흐름을 통하여 차익을 얻는 기술적 분석이 있다. 미녀53님은 기술적분석을 통하여 부를 거머쥔 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특히, 추세추종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해당 서적에서 특별한 기술적 보조지표 등을 강력히 추천하거나 하는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잘 이용하지 않았던 ATR이라는 지표를 알게 되었는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시장이 패닉에 빠져 있거나 추세의 막판에 변동성이 폭발할 때 ATR 지표가 상승을 한다. 난 일반적으로 추세의 끝을 DMI/ADX 등으로 추정하곤 하였는데, ATR이 더 정확하다면 내 시스템에 도입을 해볼 생각이다. 다만, 저자는 이를 주봉차트에 도입했는데, 난 그것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트레이딩을 하는지라 일봉차트를 주로 보기 때문에 잘 적용이 될 지는 미지수다.

또한, 파동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박자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엘리어트 파동 등의 이론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이것이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기도 좀 애매해서 이런 쪽으로는 잘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시스템 트레이딩 전략에 도입해볼만 한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요즘 아이디어의 고갈에 고심하고 있는지라...

그 외에는 널리 알려진 자금관리나 맨탈리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 하는데, 이것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다 잔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다시 한번 시장에 대한 겸허함을 상기한다는 수준에서 받아 들였다. 다만, 저자가 10여년 동안 트레이더로 살아 오면서 겪었던 일을 재미있는 문체로 풀어 놓아서 그리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으며, 언급되어 있는 내용 중 다수는 나 역시 겪어 보았던 쓰라린 경험인지라 그저 쓴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저자를 가르친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책 곳곳에 표현되어 있는데, 누구일지 살짝 궁금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만날 수 없는 분이지만...

저자가 팍스넷에서 활동한 만큼 글이 정갈하다기 보다는 거칠고 솔직한 편이다. 독자에 따라서 이런 필체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으나, 내용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럽고, 투자/트레이딩에 해가 되지 않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추천할만 하다. 다만,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한 보조지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며, 저자가 사용하는 추세추종전략은 일반적으로 여러 번의 작은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맨탈리티가 뒷받침 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므로 (저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를 권하지만)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된다. 이걸 극복했기 때문에 훌륭한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