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베르크 맥주와 빠네파스타 @과르네리 탭하우스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을 관람한 후, 저녁을 먹으러 미리 점찍어둔 과르네리 탭하우스라는 곳을 찾았다. 수십가지의 맥주를 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방문해서 직접 보니 정말 맥주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과연 저 맥주들이 적절한 시간에 잘 팔려 나가서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을 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가장 회전율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뉴 가장 앞페이지에 있는 저렴한 맥주를 선택했다.

그러한 이유로 나의 선택을 받은 맥주는 훈연맥주 밤베르크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Rauchbier Bamberg라는 녀석인데, 어떻게 읽는 지는 잘 모르겠다. 너도 밤나무 뗄감으로 숯에 맥아를 통과시켜서 스모크향이 난다고 하는데, 맨정신으로 정말 집중해서 음미해야 미세하게 스모크향이 느껴질 정도이다. 스모크향이 아니라도 좀 독특한 맛이 나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아이리쉬 다크 에일에 약간의 탄산이 들어간 맛이다. 내가 평소에 선호하는 스타일은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젠이나 파울라너 헤페바이젠같이 독일산 바디감 있는 밀맥주인데, 그래서인지 좀 묵직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묵직한 맥주도 팔고 있으니, 그걸 고르지 않은 내 잘못이다. 좀 색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저녁으로는 빠네 파스타를 선택했다. 대체로 이 집에서 인기 있는 메뉴 중에 하나인 것같아서 주문했는데, 혼자 먹기에는 양이 제법 많다. 그래도, 빵을 크림소스에 찍어 먹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를 했더니 엄청 배가 부르다. 다음에 올 때는 이런 유혹을 느끼는 일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그냥 파스타를 주문할 예정이다. 참고로 맛은 나쁘지 않다. 다른 파스타집을 압도하는 수준의 맛은 아니지만 주류를 중점으로 하는 맥주집에서 이 정도의 파스타면 만족할 수 있다. 그리고, 크림파스타는 맛없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왠만하면 다 맛있다.

DDP에서 전시회를 보러 오면 늘 뭘 먹을 지 고민이 되었는데, 가끔씩 이용해도 괜찮을 듯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