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내일 비가 올 것인가 오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것도 예측이며, 전문적인 기관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예측이라는 일을 피할 수 없다. 날씨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우리는 기상청이 맑을 것이라고 예보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것이 맞을 것인가 틀릴 것인가에 대하여 예측을 한 후 우산을 들고 외출을 할 것인 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 예측을 통해서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며 이미 높아져 있는 명성을 더욱 드높인 네이트 실버Nate Silver의 저서 『신호와 소음』은 예측이라는 것을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하고, 틀릴 수도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 드려야 하며, 따라서 확언이 아닌 가능성으로 제시를 하는 것이 재미는 없어도 바른 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한, 그 예측의 바탕에는 정교한 통계적 모델이 존재해야 하며, 그 모델로써 베이즈정리를 강조한다. 난 이 책에서 베이즈정리에 대한 개념정리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위와 같은 주장을 위해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예시를 나열하는데, 역시나 평소에 관심이 많은 주식시장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주식시장의 예측가들 중에는 좀 더 과감한 예측을 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마련이지만, 이들의 예측이 적중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으며, 반면에 네이트 실버가 강조하듯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과감한 예측이 더 자주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뉴스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은 신호를 찾기 보다는 수많은 소음들에 의해서 왜곡된 정보를 보고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네이트 실버는 과감한 예측을 하는 이들을 고슴도치형,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는 이들을 여우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포커 게임 이야기도 꽤나 흥미로웠다. 포커는 확률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확률도 제대로 모르고 욕망에 눈이 멀어 달려드는 호구들이 많을 수록 수익성은 높아지며, 호구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고수들만 남았을 경우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투자시장에서도 비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할 수록 수익성이 올라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잔인하지만 사실이다. 소수의 실력자들이 수많은 호구들을 뜯어 먹는 것이 금융시장이다.

최근 빅데이터나 머신러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나 또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과연 빅데이터만이 유일한 길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빅데이터에는 수많은 소음이 들어가 있으며, 소음으로부터 신호를 구별할 줄 아는 현명함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긴 내용이지만, 투자 분야는 물론이고 인생 전반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확률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