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드

얼라이드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 꼬띠아르를 위한 영화구나!'였다. 마리옹 꼬띠아르Marion Cotillard가 빼어난 외모와 출중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역시 언어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사가 적은 역할이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되는 비중이 낮은 역할 위주로 맡다 보니 비교적 다작을 함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서의 영향력이 한정적이었던 것이다.

얼라이드에서는 다르다.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령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빼어난 외모로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던 비밀요원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난 꼬띠아르가 그렇게 신나게 수다 떠는 씬은 처음 보았다. 말그대로 물만난 고기같이 연기를 한다. 딱 맞는 배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인지도가 있는 브래드 피트Brad Pitt라는 스타가 등장함에도 이 영화를 꼬띠아르를 위한 영화라고 한 것이다.

실제로 배역 또한 무뚝뚝하게 임무수행에 집중하는 맥스보다는 임무도 잘하고 파티도 즐길 줄 아는 마리엔이 훨씬 돋보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파티에서 환하게 웃는 또는 살짝 미소짓는 꼬띠아르의 매력은 정말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인셉션을 본 이후 꼬띠아르의 팬이 되어 버린 나로서는 그녀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항간에는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사이의 불화에 마리옹 꼬띠아르가 원인제공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데, 그 루머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졸리가 질투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 눈이 맞아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영국으로 데려와 결혼까지 하고 딸까지 얻었는데, 느닷없이 아내가 독일 스파이로 추정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아니라면 그저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으로 각색을 해보면 좀더 섬뜩해질 것이다. 일제시대에 중국에서 독립군으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무중에 만난 판빙빙급 외모의 중국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딸까지 얻었는데, 이 여인이 알고보니 일본의 첩자였다면 어찌할 것인가? 조국을 선택할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쓸데없이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액션과 로맨스를 적절히 섞어 놓아 스릴넘치고 종종 달달함이 배어 있는 장면들들 감상하다 여운을 안고 극장을 나오면 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