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혹시 원작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꽤 참신한 소재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그 소재가 꽤 매력이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현재 시점의 실험자에게 실험자의 조상이 경험한 기억을 공유하게 해주고 싱크로를 맞춰준다.

이런 소재가 사용되면 SF장르의 팬층과 중세 판타지 팬층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같기도 하다. 즉, 스타트렉 팬과 왕좌의 게임 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영화에 성경의 이야기, 즉, 선악과의 이야기까지 추가했다. 기독교 신자들까지 관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을 것같다. 그런데, 이런 의도는 영화가 잘 만들어 졌을 때의 이야기고, 어쌔신 크리드는 잘 만들어진 영화로 분류하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 인간의 폭력성은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 때문인 것으로 밝혀 졌고, 그 선악과가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으며, 그 보관되어 있는 선악과를 찾으면 인간의 폭력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과거에 이 선악과에 연관된 인물들의 후손들을 찾아 조상들의 기억과 연결시켜 그 선악과의 소재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원래 SF장르는 이런 허무맹랑함을 전제로 인정해 주고 봐야 한다. 재미있으면 다 용서가 된다.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빠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이 연구소를 담당하는 소피아와 그 위에 있는 소피아 아버지 리킨이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피아는 인간의 폭력성만 제거하려는 목적인데, 그의 아버지는 그 이상의 통제를 원하는 듯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딸간의 충돌도 일어 난다.

이 소피아 역이 마리옹 꼬띠아르Marion Cotillard인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얼라이드에서 만큼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다. 얼라이드에서는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스파이 역할이지만, 어쌔신 크리드에서는 그런거 신경끄고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 역할이라 그런지, 의도적으로 중성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나오니 또 별로다. 매우 중요한 역할인 듯하지만, 그냥 팔짱끼고 서서 기계 잘 돌아가나, 실험자랑 싱크 잘 맞나 지켜보는 것이 전부라 딱히 존재감도 없다. 가끔 얼굴 클로즈업 해주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애매한 상황에서 영화가 끝난다. 후속편이 있는 듯하다. 괴롭다. 재미는 없는데, 내가 좋아라 하는 꼬띠아르 아줌마가 나오니 또 봐야할 것같다. 후속편은 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