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열 편째 읽고 있다. 이제까지 읽었던 그의 작품 속에서 치정이나 불륜 심지어 유령과의 사랑까지, 파격적인 로맨스에 거침이 없었지만, 불륜 자체를 중심에 둔 작품은 이번 『파이브 데이즈』에서 처음 경험한다. 사랑보다는 주변 환경에 의해서 하게된 결혼, 안정적이지만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결국 그것이 폭발하는 이야기다.

중년 남녀간이 로맨스는 아직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지라 그들이 갑자기 그렇게 불같이 타오르는 감정에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서로 경계감을 허물어 가는 과정이 아예 납득이 되지 않느 것은 아니다. 휴가같은 느낌의 세미나라서 살짝 풀어진 상태였던 로라였기에 가능했을 것같기도 하고, 로라와 코플랜드 모두 문학적인 소양이 깊지만 주변에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가 우연히 같은 관심사가 있는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 또한 급격히 거리가 가까워 질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서로 감옥같은 결혼 생활에 대한 인내심이 폭발 직전까지 와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들의 내로남불 격정 로맨스가 너무나 거침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대목을 읽으면서, 이 정도 타이밍에 뭔가 삐끗하는 것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스타일인데... 라면서 좀 더 읽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로맨스가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상상했던 것은 좀 더 충격적인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이었는데, 좀 김빠지는 "삐끗"이었다.

이 책은 의외의 교훈을 담고 있다.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면 과감히 현실을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길을 가라는 것이다.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설사 그것이 사회 통념상 흠이 될지라도 다른 이들의 비난 보다는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