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연대기』 스콧 R. 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생명체들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마도 공룡일 것이다. 또한 인류가 포유류이기 때문이 주로 척추동물이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이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벌레들이라면서 곤충이나 벌레들을 위주로 지구 생명체들의 역사를 읊어 나가는 책이 바로 『곤충 연대기』이다. 참고로 원제는 『Planet of the Bugs』이다.

나 또한 공룡들이 중생대의 쥐라기와 백악기를 주름잡다가 운석 충돌로 멸종당하고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살아 남은 포유류들이 인류의 조상이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는 상태라, 벌레들 위주로 펼쳐지는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게 느껴졌고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중고교 생물시간에 배웠지만 잊어 버렸던 지식들을 상기하는 데도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 중 가장 유익한 것 하나만 고르라면 석탄에 대한 이야기를 꼽고 싶다.

지금 인류가 사용하는 석탄은 대부분 석탄기에 만들어진 자원이다. (그러니, 그 시대를 석탄기라고 명명했겠지!) 저자는 왜 석탄기에만 석탄이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이에 답을 했는데, 석탄기에는 초식 동물이나 세균 등이 충분히 진화한 상태가 아니라 죽은 나무들을 갉아 먹거나 분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통째로 썩어서 석탄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에 지금은 나무가 죽어 쓰러지면, 이 나무를 온갖 초식동물과 잡균들이 다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버리기 때문에 석탄으로 축적될 수 없다고 한다. 평소에 궁금해 하는 내용은 아니었는데, 알고 나니 뭔가 엄청난 지식을 얻은 기분이었다. 특별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페름기에 만들어진 석유 자원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맺음말 형식으로 뒷부분에 나오는 대목 중에서, 저자는 온갖 곤충들을 냉장고에 보관하곤 하였는데, 와이파이님께서 허락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연구였다며 특별히 감사하다는 내용이 있다. 곤충학자와 함께 사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 않는가!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으헐...

그나저나, 종속과목강문계, 왜 이리 안외워질까. 외울 필요도 없는데 왜 외우고 싶어질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