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다른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는 나에게 "인생책"이라고 할 만하다. 누군가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주저없이 이 책을 언급하곤 한다.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의 다른 저서는 참 읽기가 불편하다. 이번에 『만들어진 신』을 읽게 된 것도, 왠지 "인생책"을 선사해준 리처드 도킨스의 지지자라면 그의 저서를 세 권 정도는 읽어 줘야 할 것같은 의무감 비슷한 심정 때문이었다. 이미 그의 다른 저서인 『눈먼 시계공』을 통해서도 불편함을 느낀 바 있다.

그의 책들을 읽기 전부터 이미 무신론자였지만, 그의 책들을 읽은 후에는 무신론에 대한 논리적 근거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이해를 하게 되었고, 진화의 두 가지 핵심인 자연 선택과 돌연변이에 대해서 좀 더 심도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난 리처드 도킨스에게 감사하다. 그런데, 다른 저서에서는 지나치게 종교계나 창조론자들과의 논쟁 및 반박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미 난 무신론자이고 그의 입장을 지지하는데 종료계나 창조론자들을 향한 비판적인 내용을 읽으려니 지루하고 불편함을 느낀다. 마치, '왜 나한테 그래, 지지한다니까!' 뭐 이런 마인드다.

일반적으로 무신론자들은 종교 신자들을 무신론자로 만드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저 속으로 그 무지함을 비웃을 망정, 그들이 신을 믿든 말던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되도 않는 전도하려고 귀찮게만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는 일반적인 무신론자와는 참 다른 것같다. 정말 열성을 다해서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종교계와 마찰이 많다.

그럼에도, 이번에 읽게 된 『만들어진 신』을 통해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은 그나마 유익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성경을 읽을 리가 없으니 그럭저럭 흥미가 생긴다. 성경을 픽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이것을 진짜라고 우기니 짜증이 날 뿐이다.

국내 한정적인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교에 빠져드는 것은 주로 여자들인 경우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슬람이든 기독교든 고전적 사상의 토대위에 종교적 개념이 세워졌기에 여자들을 꽤나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성경을 보다가 여성을 박대하는 대목을 읽으며 여신도들이 어떤 기분일 지 자뭇 궁금하다. 내가 여자였으면 분명 기분이 나쁠텐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페미니즘과 종교는 서로에게 꽤 껄끄러운 관계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좀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미국에서는 무신론자가 상당히 박해를 받는다는 한다. 그래서, 겉으로 무신론자임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이며, 무신론자는 뭔가 도덕적으로 엄청난 결함이 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실리콘벨리나 뉴욕에서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무신론자를 보는 관점이 이토록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역시나 쉽게 적응이 되질 않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