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봉골레스파게티 @봉대박스파게티 노원역점

열흘 전쯤에 매드포갈릭에서 파스타를 즐겼는데, 또 파스타가 먹고 싶어 진다. 그래서, 노원역에 나온 김에 괜찮은 파스타집을 찾아 보았다. 찾아 보니 꽤 많은 파스타집이 있어서 어디로 갈 지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이 봉대박스파게티라는 곳이었다.

봉대박스파게티는 "선영이가 가르쳐준 봉골레 스파게티 대박 날까요?"의 약자를 가게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미리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니 서울에는 홍대점과 노원역점 딱 두 곳인데, 경상도쪽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의 지점이 있다. 대구나 부산쪽에서 유행하여 프랜차이즈화 되고 이후에 서울로 진출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노원역 근처의 많은 파스타집 중에서 봉대박스파게티를 선택한 것은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여러 블로거들의 리뷰때문이었다. 점심시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파스타 먹고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오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실현할 수 있을 것같았다.

블로거들의 리뷰와 같이 식전빵이 먼저 나왔다. 조그마한 크로아상이었는데, 시럽 등이 발라져 있어서 일반적인 식전빵보다 좀 더 달달하다. 게다가, 식전빵 전에 마시멜로를 불에 녹여 먹으라고 가져다 준다. 에피타이저가 이렇게 달달해도 되나 싶다. 뭐, 난 단 것도 좋아하고 크로아상은 내가 좋아하는 빵 중에 하나이니 딱히 불만은 없다.

파스타는 일종의 시그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봉골레스파게티를 주문하려다가 거기에 불고기를 더한 불고기봉골레스파게티를 선택하였다. 가게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파스타면은 스파케티만 사용하는 듯하다. 한 10여분 쯤 기다리니 주문한 메뉴가 등장, 그런데, 고기에 탄 흔적이 보인다. 게다가 거부감이 드는 소고기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질이 안좋은 고기를 사용한 듯하다. 여기에 인위적으로 스모크향을 첨가한 듯 보이는데, 두 냄새가 합쳐져서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냥 봉골레스파게티를 선택할 걸 그랬나보다.

일반적으로 봉골레 파스타에는 모시조개가 들어 가는데, 봉대박스파게티의 봉골레스파게티에는 바지락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서도 바지락으로 대체하곤 하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들어간 바지락도 알이 실하지 않다. 나름 시그너처 메뉴라서 선택한 것인데, 조개의 퀄리티가 이모양이니 상당히 실망스럽다. 다행히 면은 잘 삶아져 나왔다. 뭐 면도 제대로 못 삶을 정도면 파스타집을 열면 안된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다 먹었다. 다먹고 나서 불평이람 ㅋㅋㅋ

이제는 디저트를 먹을 차례다. 디저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소프트크림 기계 같은 곳에서 적접 빼다 먹는 방식이다. 커피 또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손님이 직접 빼먹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봉대박스파게티의 시스템이 이렇게 셀프서비스가 많다.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피클과 물도 셀프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퀄리티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에스프레소는 크게 기대할 것은 못된다. 처음에는 아포가또를 만들어 먹으려다가 그냥 따로 먹었다.

위에서 여러 가지 불평을 하긴 했지만, 이런 불평을 늘어 놓는 것이 공정하지는 않다. 내가 선택한 불고기봉골레스파게티 가격이 6,900원이다. 메인 메뉴 앞뒤에 붙이는 식전빵과 디저트들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다. 이 가격에 고기의 퀄리티나 조개의 퀄리티를 논하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메뉴들의 가격도 꽤나 저렴한 편이니, 내가 선택한 봉골레스파게티만 유독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시간이 없는데 간절히 파스타나 피자를 먹고 싶고 거기에 커피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하고 싶은 극히 한정적인 상황일 때만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잘만 먹는 걸 보면 내 입맛이 까탈스러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