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프카레우동 @키친메시야

세종문화회관에 갈 일이 생겨 광화문 근처의 맛집을 검색하다가 키친메시야Kitchen Meshiya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전시회를 다 본 후에 방문해서 늦은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줄서서 먹기는 싫어서 전시회 전 빠른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이 전략이 성공했는지 줄서지 않고 매우 한가한 상황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다 먹고 나갈 때 즈음해서 테이블이 거의 다 차있었다.

내가 선텍한 메뉴는 비프카레였다. 비프카레라고는 했지만 다양한 선택사양이 있었는데, 우선 밥대신 우동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난 국수를 워낙에 좋아하기에 우동을 선택하였다. 자연스레 비프카레우동이라는 메뉴가 되었다. 여기에,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데, 난 돈까스 토핑을 추가하였다.

오래 걸리지 않아 돈까스 토핑이 추가된 비프카레우동이 서빙되었다. 우동이 카레소스로 완전히 덮여 있어서 사진으로 보면 안에 밥이 들어 있는지 우동이 들어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우동을 조금 빼내어 사진을 다시 찍을까도 했는데, 소스를 헤집어 놓고 보니 별로 안이뻐서 그냥 덮여 있는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우선 카레의 향이 진하게 풍겨 온다. 그리고, 소스의 색을 봐도 그러하고 카레에 뭔가 다른 소스가 섞여 있지 않을까 추측을 해본다. 그럼에도 진하긴 진하다. 그런데, 밥대신 우동을 선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난 밥대신 우동을 선택하면서 예전에 토끼정이라는 일본가정식을 표방하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카레우동을 연상했는데, 소스의 점도가 진해서인지 아니면 우동면을 너무 삶아서 그런지 소스 안에서 면들이 뭉쳐지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에 알던 그런 우동의 식감이 아니다. 뭔가 다른 면이 아닐지... 나중에는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마치 불어터진 짜장면을 섞기 힘든 것처럼. 그럼에도, 소스의 압도적인 풍미덕에 맛은 있었다. 종종 바삭한 마늘칩 씹는 재미도 있고...

토핑으로 추가한 돈까스는 등심인 듯한데, 늘 일본식 돈까스를 먹을 때는 히레까스를 주문하는 편이라 그런지 고기가 꽤나 질기게 느껴졌다. 즉, 돈까스 토핑을 추가하는 것 또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물론, 이것은 등심보다 안심을 좋아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그런데, 일식과 일본가정식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식으로 치면 한식과 집밥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것과 다르게 일식과 일본가정식의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이것이 일본사람이 아니라서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에서 일본가정식을 표방하는 음식점들이 제대로 차별화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