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서전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에서 훈데르트바서전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순수 회화 위주의 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갈까말까 망설였다가 마침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할인 티켓이 뜨길래 그걸 핑계로 표를 구입해 놓고 시간을 내어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 다녀 왔다. 그런데, 꽤 훌륭한 전시회를 놓칠 뻔했다. 참 마음에 드는 전시회였다.

크게 회화와 건축, 두 가지로 나누어 감상평을 적어 보자면,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회화는 꽤나 추상적이며 피카소의 작품들보다 좀 더 난해하다. 물론, 파카소의 그림들이 워낙에 자주 회자되다 보니 익숙해져서 더 이해가 쉽다고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훈데르트바서의 작품들은 친절하게 제목을 자세히 달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목과 작품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 작품들이 다수였다. 심지어 오디오가이드를 통하여 설명을 듣고 있음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전시된 여러 작품들을 통하여 그의 스타일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전반적으로 집이라는 소재를 자주 이용했고, 또한 빗방울이라는 소재 또한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디가서 그의 작품이 나온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같다.

건축 분야는 좀더 이해하기 쉬웠다. 그의 작품들은 내가 평소에 이상향이라고 생각해왔던 집들과 비슷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자연 그 자체 보다는 자연속에 위치한 거주지, 또는 거주지에 조성된 자연을 높이 평가했는데, 그의 작품들은 이런 사상을 좀 더 심도 있게 이룩했다. 일반인들이 "언덕 위의 집"을 상상한다면, 그의 작품들은 "언덕 그 자체의 집"이었다. 특히,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Thermal Village Bluemau - The Rolling Hills라는 훈데르트바서의 건축 프로젝트를 미니어처로 꾸며 놓은 전시품을 보면 그러한 사상이 축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디오가이드에 따르면, 영화 반지의 제왕을 찍을 때 호빗마을의 모티브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그 설명을 듣고 난 후라서 그런지, 마치 현대판 호빗마을이 연상 되었다.

난 건축물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던 적이 딱 두번 있는데, 첫번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본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여러 집들이 그러했고, 두번째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봤을 때였다. 그런데,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들을 보면 세번째 감동을 받을 것같다. Facebook에 포스팅을 했더니 쏘양이 오스트리아에서 이 건축물들을 보았다고 하던데, 동유럽에 여행갈 일이 생기면 꼭 들어야 겠다.

오디오 가이드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 있다. 최근들어 인기 연예인들이 녹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냥 전문 성우가 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 오디오 가이드의 한국어 버전을 담당한 이상윤씨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힘겹게 녹음하고 있는 듯해서 청자로서도 꽤나 불편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