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생각』 리자 니엔하우스

『미래를 여는 생각』이라는 책 제목과는 다르게,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경제사를 간결하게 훑어주는 책이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 지는 잘 모르겠다.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책 판매에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출판사의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명분도 준비해 두었을 것이다. "66인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이라는 부제를 달아 놓기는 했다. 내 경우에는 구입할 때는 분명 내가 잘 모르던 경제학자들에 대해 궁금해서 구입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해야겠다라는 생각이었는데, 구입한 지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책을 펴보면서 이 책을 왜 샀었는지 갸우뚱하기도 했다.

경제학이 학문 자체가 다른 분야에 비하면 역사가 짧긴 하지만, 이미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했고, 추리고 추려서 이 책에 담았다고는 하지만, 수십명의 경제학자가 등장하다 보니, 400여 페이지로는 말그대로 그냥 간결하게 훑어주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또한, 당시에는 파격적인 주장이었다고는 하나 현재에 와서 이미 사장된 학설도 많고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도 진보를 거듭하다 보니, 과연 경제사를 통해서 미래를 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지나치게 간결한 수준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떤 때 어떤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알아 봐야 하는 지 모를 때, 이 책은 그 길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을 목차 삼아 해당 경제학자에 대한 궁금증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좀 더 심도있게 알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 안읽고 그냥 인터넷에서 목차만 봐도 되잖아!

책에 등장하는 경제학자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경제학자 한 명만 소개해 보자면, 베블런 효과로 유명한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 Veblen을 언급하고 싶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유한계급론』을 통해서 부자들의 소비패턴이 중하류계층과의 차별화를 위해 사용되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해서 유명해진 학자이다. 그런데, 그의 성장배경이 꽤나 혹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베블런의 부모님으로부터 노르웨이 전통과 문화를 강요받아, 어렷을 적에는 미국문화에 적응할 기회가 없었으며 심지어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렇게 평생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생을 마감했기에 그의 사상이 염세주의적이라고 한다.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가 이런 염세적인 생각을 갖지 못했다면 이렇게 사후에도 명성을 이어가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상욱